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대표 방탄소년단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을 강조한 이후 처음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난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1일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이 자리에는 추미애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열린 1차 회의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날 전략회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추진방안 등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며 그 중에서도 역시 검찰개혁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행사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만 37번을 언급했다. 이날 청년 대표 격으로 방탄소년단이 등장해 연설을 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최근 추미애 장관 관련 이슈로 20대 지지율이 이탈한 것을 의식한 듯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 청년 등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면서 "주택 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가 제도화돼야 혁신의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서 "상법 등 공정경제 3법까지 갖춰지면 현장에서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다.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며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추미애 장관과 함께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것은 것은 이미 검찰개혁 완수라는 중책을 맡긴 추 장관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며 야당의 공세를 함께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추미애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까지 전 (아들 문제에) 관여한 적 없다고 누차 말했다"면서 "지금까지 몇 달 동안 부풀려온 억지와 궤변에 대해 저는 무한 인내로 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장관 또한 공정 이슈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공정과 정의를 제 양심을 걸고 흐트러뜨린 것 없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분들이 억지와 궤변의 논리로 (논란을) 끌고 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 바 있다.

아울러 갖은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제(20일) 추미애 장관 아들 군 복무 의혹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7%가 ‘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특혜’라고 답했다"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정중히 수용하고 응답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공정과 개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실을 담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그 결과물을 내야만 힘이 실리고 권위도 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한 데 대해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안 대표는 "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하고,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공정인가"라며 "제 식구는 무조건 감싸는 싸구려 온정주의가 결국은 국정 파탄을 초래하고 정권 레임덕만 앞당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물러나라고 하는 장관은 좀 자르십시오"라며 추미애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연거푸 공정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이 아들 군복무 논란 이후 첫 만남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