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챔프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데뷔 직후만 해도 모든 아이언 길이가 똑같은 ‘원 렌스(one-length) 아이언’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가방 속은 점점 더 별난 장비들로 채워지고 있다.

21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채널이 공개한 그의 가방 속에는 로프트 5.5도짜리 드라이버(코브라 킹 스피드 존)가 꽂혀 있었다. 최고 137마일(일반인 남자 80마일 안팎) 이상 나오는 괴물 스윙 스피드로 공을 때려 최대한 멀리 보내기 위해 선택한 장비다. 장타 전문 선수들이 공이 떨어진 뒤 굴러가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다. 3번 우드도 마찬가지. 11.5도로 눕혀져 있는 것이 전부다. 웬만한 주말 골퍼들의 드라이버 로프트 세팅값과 비슷하다. 5번 우드도 13.5도에 불과하다.

퍼터 역시 평범함을 거부한다.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시크(SIK)’라는 브랜드의 투어 선수 전용 시제품을 사용한다.

시크 측에 따르면 일반 퍼터로는 매번 일정한 퍼터 발사각을 만들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공과 페이스가 맞닿는 위치에 따라 각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시크는 특허받은 DLT(descending loft technology) 기술을 통해 헤드 어느 부분에 닿아도 일관된 발사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가로로 총 4개의 로프트가 있도록 페이스면을 ‘다층 설계’한 게 차별점이다. 맨 아래 면을 1도로 시작해 위로 올라갈수록 1도씩 로프트각이 높아진다. 그 덕분에 일정한 거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제조사 측 주장이며 디섐보도 이를 믿는 눈치다.

롱아이언을 즐겨 쓸 것 같지만 그는 4, 5번 유틸리티를 애용한다. 6번부터 피칭웨지까진 코브라의 단조 아이언 모델을 쓴다. 웨지는 아티잔 브랜드 것을 썼다. 아이언과 웨지 길이는 95.25㎝로 모두 같다. 그는 “아이언 길이가 모두 같으면 공을 놓는 위치와 어드레스 각도가 다 같아 공을 치기도 훨씬 쉽다”고 주장해왔다. 일반적으로 웨지마다 4도 차이를 두는 것과 달리 디섐보는 47도와 53도, 58도 웨지를 캐디백에 꽂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