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발 빠른 기업, 방향 못 잡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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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한국엔 새 시장기회 열릴 수도
미국의 反中전선 동참 요청
방향 못잡고 어영부영 하다간
기회가 위기로 바뀔 수도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한국엔 새 시장기회 열릴 수도
미국의 反中전선 동참 요청
방향 못잡고 어영부영 하다간
기회가 위기로 바뀔 수도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어느 나라건 경제적 도약을 하려면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약간의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한국 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세 번의 행운이 있었다.
첫째는 과거 미국의 ‘안보 우선 통상정책’이다. “자유무역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는 동맹국을 돕기 위한 것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 말이다. 동서냉전 시대 미국의 통상정책은 자국 기업의 이익보다 안보 이익을 더 중요시했다. 당연히 미국은 ‘코리아’를 자본주의 진영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와 싸우는 동맹국으로 봤고 한국에 자국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물론 요즘 중국이 한참 두들겨 맞는 지식재산권 위반, 정부 보조금 같은 반칙(!)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다음의 행운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오쩌둥에게서 나온다. 우리가 한참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기반을 다질 때, 무서운 잠재적 경쟁자였던 중국을 문화대혁명의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만약 덩샤오핑 등 개방정책을 추구하던 주자파(走資派)가 실각하지 않고 인구 10억 명의 중국이 1960년대부터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다면 도저히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 심각했던 미·일 경제전쟁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일본의 무서운 도전에 놀란 미국이 일본의 수출을 엄청나게 견제했다. 1981년 미·일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로 일본 기업이 소형차 시장을 포기한 공백을 최초의 국산모델 ‘포니’가 메워 1986년 수출 첫해에 무려 17만 대를 파는 쾌거를 이뤘다. 더 극적인 것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미국이 일본 반도체산업을 초토화시킬 때 우리 반도체가 그 반사이익을 봤다.
지금 세계는 미·중 격돌이 심각한 패권전쟁으로 확산되며 신냉전 체제에 들어서고 있다. ‘차이나’를 손보기 위해 워싱턴은 강력한 ‘디커플링(decoupling)’, 즉 중국과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중국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만든 글로벌 공급망을 철저히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격동의 중심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 화웨이다. 워싱턴은 5G 통신장비 세계 선두주자인 화웨이를 ‘인민해방군의 스파이 기업’으로 보고 때려 부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동맹국들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못 쓰게 하고, 반도체 공급원을 아예 원천봉쇄해 버렸다. 과거 일본 기업이 그랬듯이 무섭게 떠오르던 중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멈칫(!)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행운은 바깥세상이 지각변동을 할 때 찾아왔다. 우리가 잘 활용하면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화웨이 통신장비는 보안상 믿을 수 없다. 대신 에릭슨, 노키아 그리고 코리아의 삼성은 믿어도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이건 완전히 코리아 통신장비 마케팅을 해주는 격이다. 곳곳에서 대박이 터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과 무려 8조원의 5G 통신장비계약을 맺었다. 호주, 캐나다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버티던 영국도 반(反)화웨이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에서 중국의 최대 경제협력국인 친중(親中) 독일마저 ‘신(新)인도태평양 정책’을 발표하며 호주, 일본, 한국 같은 나라와 차세대 통신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중 5G 통신장비를 만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 기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선택했다. 중국산을 쓰기엔 차이나 리스크가 큰 것이다. 국경 충돌로 반중(反中) 분위기가 치솟는 인도에선 중국산 스마트폰이 죽을 쑤고 있고 그 자리를 한국산이 차지했다.
이 정도면 우리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전(善戰)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워싱턴이 여러 차례 반중 전선에 동참하자고 했지만 어물쩍하며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좋게 말하면 중립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차이나와 선을 긋겠다는 신냉전 체제에서 계속 어영부영하면 “이건 더 이상 동맹국이 아니다”라며 워싱턴이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러면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위기로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업이 도약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라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첫째는 과거 미국의 ‘안보 우선 통상정책’이다. “자유무역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는 동맹국을 돕기 위한 것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 말이다. 동서냉전 시대 미국의 통상정책은 자국 기업의 이익보다 안보 이익을 더 중요시했다. 당연히 미국은 ‘코리아’를 자본주의 진영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와 싸우는 동맹국으로 봤고 한국에 자국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물론 요즘 중국이 한참 두들겨 맞는 지식재산권 위반, 정부 보조금 같은 반칙(!)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다음의 행운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오쩌둥에게서 나온다. 우리가 한참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기반을 다질 때, 무서운 잠재적 경쟁자였던 중국을 문화대혁명의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만약 덩샤오핑 등 개방정책을 추구하던 주자파(走資派)가 실각하지 않고 인구 10억 명의 중국이 1960년대부터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다면 도저히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 심각했던 미·일 경제전쟁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일본의 무서운 도전에 놀란 미국이 일본의 수출을 엄청나게 견제했다. 1981년 미·일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로 일본 기업이 소형차 시장을 포기한 공백을 최초의 국산모델 ‘포니’가 메워 1986년 수출 첫해에 무려 17만 대를 파는 쾌거를 이뤘다. 더 극적인 것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미국이 일본 반도체산업을 초토화시킬 때 우리 반도체가 그 반사이익을 봤다.
지금 세계는 미·중 격돌이 심각한 패권전쟁으로 확산되며 신냉전 체제에 들어서고 있다. ‘차이나’를 손보기 위해 워싱턴은 강력한 ‘디커플링(decoupling)’, 즉 중국과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중국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만든 글로벌 공급망을 철저히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격동의 중심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 화웨이다. 워싱턴은 5G 통신장비 세계 선두주자인 화웨이를 ‘인민해방군의 스파이 기업’으로 보고 때려 부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동맹국들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못 쓰게 하고, 반도체 공급원을 아예 원천봉쇄해 버렸다. 과거 일본 기업이 그랬듯이 무섭게 떠오르던 중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멈칫(!)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행운은 바깥세상이 지각변동을 할 때 찾아왔다. 우리가 잘 활용하면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화웨이 통신장비는 보안상 믿을 수 없다. 대신 에릭슨, 노키아 그리고 코리아의 삼성은 믿어도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이건 완전히 코리아 통신장비 마케팅을 해주는 격이다. 곳곳에서 대박이 터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과 무려 8조원의 5G 통신장비계약을 맺었다. 호주, 캐나다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버티던 영국도 반(反)화웨이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에서 중국의 최대 경제협력국인 친중(親中) 독일마저 ‘신(新)인도태평양 정책’을 발표하며 호주, 일본, 한국 같은 나라와 차세대 통신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중 5G 통신장비를 만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 기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선택했다. 중국산을 쓰기엔 차이나 리스크가 큰 것이다. 국경 충돌로 반중(反中) 분위기가 치솟는 인도에선 중국산 스마트폰이 죽을 쑤고 있고 그 자리를 한국산이 차지했다.
이 정도면 우리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전(善戰)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워싱턴이 여러 차례 반중 전선에 동참하자고 했지만 어물쩍하며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좋게 말하면 중립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차이나와 선을 긋겠다는 신냉전 체제에서 계속 어영부영하면 “이건 더 이상 동맹국이 아니다”라며 워싱턴이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러면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위기로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업이 도약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라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