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거리두기로 치매 악화…로봇치료가 도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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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1대1 치매 치료 서비스
치매藥 효과 한계 느껴 로봇 공부
이동·투약기능 로봇 내년 선보여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법은 '관계'
5분이라도 매일 부모님께 전화"
치매藥 효과 한계 느껴 로봇 공부
이동·투약기능 로봇 내년 선보여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법은 '관계'
5분이라도 매일 부모님께 전화"
치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두 질병은 서로 어떤 관련이 있을까. 치매는 뇌질환이기에 코로나19라는 호흡기질환과는 언뜻 무관해보일 수 있지만, 최근 치매 의사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단연코 코로나19 확산세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뇌를 활발히 이용해야 하고 뇌 운동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노년층의 사회적 관계가 사실상 단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 현장에선 치매 환자의 병세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수는 없는 가운데 인간이 아니라 로봇의 힘을 빌려 비대면 방식의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나선 의사가 있다.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장(신경과 교수·42·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로봇을 활용한 1 대 1 맞춤형 치매 예방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곳이다.
김 센터장은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기존 의료 시스템에선 제공하지 못하던 개인 맞춤형 치매 의료 서비스가 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며 “치매 환자 관리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을 이용해 치매 환자를 치료하려는 노력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치매 환자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목적으로 동물 모형의 로봇을 제작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 센터장이 총괄 책임을 맡고 국내외 6개 연구진 및 민간 기업체와 함께 만든 로봇 ‘보미’는 정서적 안정을 넘어 실질적인 치료를 위한 맞춤형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 센터장은 “고정된 형태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로봇은 작년 말 시판됐고, 이동 기능 및 투약관리 프로그램이 추가된 가정용 로봇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개발돼 내년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어쩌다 로봇을 통한 치매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그는 “치매는 효과가 조금이나마 입증된 약이 크게 네 종류밖에 없고, 그마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당장 한시가 급한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전임의 시절부터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용 로봇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김 센터장도 로봇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봇이 비싸 상용화가 어려운 한계도 있다. 김 센터장은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은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라며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부모님께 하루에 5분만이라도 전화를 걸고 대화하면 부모님의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수는 없는 가운데 인간이 아니라 로봇의 힘을 빌려 비대면 방식의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나선 의사가 있다.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장(신경과 교수·42·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로봇을 활용한 1 대 1 맞춤형 치매 예방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곳이다.
김 센터장은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기존 의료 시스템에선 제공하지 못하던 개인 맞춤형 치매 의료 서비스가 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며 “치매 환자 관리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을 이용해 치매 환자를 치료하려는 노력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치매 환자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목적으로 동물 모형의 로봇을 제작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 센터장이 총괄 책임을 맡고 국내외 6개 연구진 및 민간 기업체와 함께 만든 로봇 ‘보미’는 정서적 안정을 넘어 실질적인 치료를 위한 맞춤형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 센터장은 “고정된 형태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로봇은 작년 말 시판됐고, 이동 기능 및 투약관리 프로그램이 추가된 가정용 로봇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개발돼 내년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어쩌다 로봇을 통한 치매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그는 “치매는 효과가 조금이나마 입증된 약이 크게 네 종류밖에 없고, 그마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당장 한시가 급한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전임의 시절부터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용 로봇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김 센터장도 로봇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봇이 비싸 상용화가 어려운 한계도 있다. 김 센터장은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은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라며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부모님께 하루에 5분만이라도 전화를 걸고 대화하면 부모님의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