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한 피아니스트는 1930년대 아르투어 슈나벨이다. 이후 수많은 피아니스트 전설들이 전곡 명반을 남겼다. 리스트, 쇼팽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온 백건우는 예순을 앞둔 2005년 전집을 발매했다.

피아노 소나타 전곡(1~32번)을 모두 듣는다면 거의 10시간이 걸린다. 곡마다 베토벤의 개성과 삶, 고민이 녹아들어 반복해 들어도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전곡 감상에 도전하는 클래식 팬들을 위해 황장원, 유형종, 조은아, 한정호, 황진규, 류태형, 최은규, 허명현 등 음악평론가 8명에게 명반을 추천받고 감상법을 들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연주자는 독일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1895~1991)다. 황장원, 한정호, 허명현 평론가가 켐프의 전집 앨범(사진)을 명반으로 꼽았다. 허 평론가는 “대담하고 생기 넘친다”며 “가장 베토벤에 가까운 음반”이라고 평했다.

최은규 평론가는 묵직한 음색의 오스트리아 거장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를 꼽았고, 황진규 평론가는 ‘교과서적인 연주’로 캐나다 피아니스트 루이 로르티 전집을 추천했다. 유형종 평론가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2005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연주한 DVD 공연 앨범을 꼽았다. “중후한 울림이 돋보이는 연주”라는 평가다. 조은아 평론가는 스뱌토슬라프 리히테르의 1963년 동독 라이프치히 공연 앨범을 최고의 연주로 꼽았다.

평론가들은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명반을 감상하기 전에 ‘비창’(8번), ‘월광’(14번), ‘발트슈타인’(21번) 등 표제가 붙은 명곡부터 들어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황진규 평론가는 “베토벤의 음악적 기법을 이해하려면 유명한 곡부터 섭렵해야 한다”며 “이후 연대순으로 감상하면 베토벤의 음악세계가 발전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이해했다면 인생을 알아보는 것도 깊이 있는 감상법이다. ‘초월’이라는 단어로 축약되는 베토벤의 삶을 듣고 싶다면 32번을 감상하라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았다. “베토벤이 생애 마지막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써낸 곡”(최은규), “2악장은 C장조만이 주는 순수와 정화를 느낄 수 있을 것”(조은아)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