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접목하고 손떨림 막고…레이저 거리측정기 '하이테크 전쟁'
“핀까지 얼마 남았어요?”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클럽과 샷이 아무리 정확해도 거리를 모르면 무용지물. 1m 오차를 두고 레이저 거리측정기 시장에서 ‘하이테크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레이저 거리측정기 시장의 트로이카 부쉬넬과 브이씨(보이스캐디), 니콘이 기술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편의성과 가성비를 강조한 볼빅과 골프존데카가 도전장을 던졌다.

‘3파전’ 불붙는 고급 레이저 측정기

AI 접목하고 손떨림 막고…레이저 거리측정기 '하이테크 전쟁'
국산 브랜드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공식 거리측정기인 보이스캐디는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거리측정기에 접목시킨 것. SL2는 핀까지의 거리 정보 외에도 코스매니지먼트를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코스뷰와 그린뷰로 티잉 에어리어부터 그린까지 전반적인 코스 파악이 가능하다. 골퍼가 티잉 에어리어에 오르면 전반적인 코스를 확대해 스크롤로 보여주는 ‘코스 프리뷰’와 코스 내 벙커와 해저드 거리를 알려주는 ‘BK/HZ 안내’, ‘드라이빙 디스턴스 아크’ 등 다섯 가지 코스 정보를 제공한다. AI 기능도 접목됐다. 핀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오토 핀 로케이션(APL)은 보이스캐디만의 독자 기술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사용률 99%를 자랑하는 부쉬넬은 ‘Tour V5 Shift’ 모델로 맞불을 놨다. 이 제품은 ‘핀시커’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구현하는 비주얼 졸트를 탑재했다. 카트·클럽 등 금속에 부착할 수 있는 바이트(자석)를 넣어 골퍼들이 허리춤에 차지 않아도 쉽게 챙길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새롭게 향상된 슬로프 측정 알고리즘을 소프트웨어에 추가해 정확한 측정 거리를 제공하고 사용자의 거리 측정 조작에 대한 결과값 도출은 물론 기기 반응 속도 또한 빨라졌다. 부쉬넬 공식 수입원인 카네의 서범석 전무는 “거리측정기 시장에서 부쉬넬 제품은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보장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식 거리측정기인 니콘은 압도적인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했다. 카메라에 적용되는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거리측정기에 유일하게 도입했다. 이 방식은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 본체에 설치된 자이로 센서를 통해 카메라 흔들림을 감지해 센서나 렌즈를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켜 흔들림을 잡는다. 타사 제품과 달리 시야의 흔들림을 약 80%까지 잡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가성비 상품으로 실속파 공략

볼빅과 골프존데카는 편의성과 가성비로 승부를 걸었다. 이들은 고가형 레이저 거리측정기에서 제공하는 6배율 대물렌즈와 접안렌즈 조정 기능을 모두 탑재한 10만~30만원대 상품을 내놓으며 알뜰족을 공략하고 있다. 볼빅이 내놓은 V2는 기존에 내재돼 있던 슬로프 기능을 접안렌즈 밑부분에 스위치를 추가해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쉬운 조준을 위해 십자선의 사이즈를 키우고 중앙 부분에는 타깃 점을 추가했다. 파우치도 세로 형태로 바꿔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어 지문 및 오염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할 수 있다.

골프존데카가 오는 25일 선보이는 ‘GB LASER lite’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 대중화를 목표로 개발된 제품이다. 6배율 카메라와 기존 제품에 탑재된 핀 파인더와 졸트기능, 슬로프 감안 거리 제공 등의 기능을 모두 담으면서도 저렴한 가격(14만9000원)으로 출시됐다. 레이저 거리측정기 가운데 가장 고가 모델인 보이스캐디 SL2(94만9000원) 하나 살 돈이면 6대를 살 수 있다. 정주명 골프존데카 대표는 “제품 무게가 143g에 불과해 여성골퍼들도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다”며 “실속파 골퍼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