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눈치보던 HSBC, 둘다 놓쳤나…양국 압박에 주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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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왜 우리 금융제재 안 따르나" 압박
중국에선 공산당 블랙리스트 등재 위험
불법 자금거래 연루 의혹도 제기
주가 25년만에 최악으로 내려
중국에선 공산당 블랙리스트 등재 위험
불법 자금거래 연루 의혹도 제기
주가 25년만에 최악으로 내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의 주가가 최소 25년 만에 최저가격으로 내렸다. HSBC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중간에 끼어 양국 정부의 눈밖에 난 모양새다.
22일 홍콩 증시에서 HSBC 주식은 직전 거래일 대비 2.9% 하락한 28.45~28.55 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가 주당 29.30홍콩달러로 1995년5월 이후 최저치를 갱신했고 이날 주가는 더 밀렸다.
HSBC는 전날 런던증시에선 전거래일 대비 5% 내린 288펜스에 장을 마감했다. 1995년9월 이후 약 25년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HSBC는 런던과 홍콩 증시에 각각 동시 상장돼 있다.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홍콩에서, 13%는 중국 본토에서 나온다.
중국과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의혹이 각각 하루 간격으로 제기되면서 HSBC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19일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가 “HSBC가 중국 정부가 작성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맞서기 위해 작성 중인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기업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르면 중국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기업 임직원의 중국 입국·체류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투자활동도 제약을 받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CEB의 배니 람 리서치팀장은 “HSBC가 이 명단에 오를 경우 중국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지난 20일엔 미국의 제재 대상과 불법 금융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제출한 의심거래보고서 2100여건을 입수해 HSBC가 1999~2017년 약 2조달러(약 2330조원) 규모 불법 자금 거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의심거래란 북한·이란 등 미국 제재 대상국과 거래했거나, 돈세탁·금융사기 등 불법 행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 거래를 뜻한다.
ICIJ는 HSBC에 대해 특정 계좌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백만 달러가 유통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HSBC는 “수년간 금융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에 협조해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각각 여론 악화 기미가 보이자 HSBC는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 계정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HSBC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는 트리샤 위너는 “현재 각종 보도를 고려해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기 위해 HSBC의 모든 소셜미디어에 당분간 새 게시물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는 전세계 각국에서 소셜미디어 계정 수십개를 운영하고 있다. HSBC 주가는 올들어 52%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등 다른 글로벌 은행 주가 하락폭보다 크다. 올들어 홍콩 항셍지수 종목 중엔 주가 추이가 가장 나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와 대출손실에 따른 타격도 크지만,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여파로 더 휘청이는 모양새다.
HSBC는 그간 중국 당국으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지지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측 인사와 중국 관영 언론은 HSBC에 “HSBC는 홍콩달러를 찍어내는 발권은행”이라며 “그에 걸맞는 입장을 표하라”고 수차례 주장했다. HSBC는 이후 “HSBC는 홍콩 경제를 재건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규정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며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도 HSBC에 압박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HSBC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HSBC는 홍콩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계좌는 폐쇄하면서, 홍콩의 자유를 막는 이들의 계좌는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엔 "HSBC는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린다"며 “HSBC가 아무리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보인다해도 중국 정부는 HSBC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HSBC는 여러 측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최대 시장인 홍콩을 두고 미·중간 정치적 긴장 상태를 헤쳐나가려다 서방과 중국 모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22일 홍콩 증시에서 HSBC 주식은 직전 거래일 대비 2.9% 하락한 28.45~28.55 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가 주당 29.30홍콩달러로 1995년5월 이후 최저치를 갱신했고 이날 주가는 더 밀렸다.
HSBC는 전날 런던증시에선 전거래일 대비 5% 내린 288펜스에 장을 마감했다. 1995년9월 이후 약 25년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HSBC는 런던과 홍콩 증시에 각각 동시 상장돼 있다.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홍콩에서, 13%는 중국 본토에서 나온다.
중국과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의혹이 각각 하루 간격으로 제기되면서 HSBC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19일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가 “HSBC가 중국 정부가 작성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맞서기 위해 작성 중인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기업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르면 중국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기업 임직원의 중국 입국·체류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투자활동도 제약을 받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CEB의 배니 람 리서치팀장은 “HSBC가 이 명단에 오를 경우 중국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지난 20일엔 미국의 제재 대상과 불법 금융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제출한 의심거래보고서 2100여건을 입수해 HSBC가 1999~2017년 약 2조달러(약 2330조원) 규모 불법 자금 거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의심거래란 북한·이란 등 미국 제재 대상국과 거래했거나, 돈세탁·금융사기 등 불법 행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 거래를 뜻한다.
ICIJ는 HSBC에 대해 특정 계좌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백만 달러가 유통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HSBC는 “수년간 금융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에 협조해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각각 여론 악화 기미가 보이자 HSBC는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 계정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HSBC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는 트리샤 위너는 “현재 각종 보도를 고려해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기 위해 HSBC의 모든 소셜미디어에 당분간 새 게시물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는 전세계 각국에서 소셜미디어 계정 수십개를 운영하고 있다. HSBC 주가는 올들어 52%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등 다른 글로벌 은행 주가 하락폭보다 크다. 올들어 홍콩 항셍지수 종목 중엔 주가 추이가 가장 나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와 대출손실에 따른 타격도 크지만,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여파로 더 휘청이는 모양새다.
HSBC는 그간 중국 당국으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지지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측 인사와 중국 관영 언론은 HSBC에 “HSBC는 홍콩달러를 찍어내는 발권은행”이라며 “그에 걸맞는 입장을 표하라”고 수차례 주장했다. HSBC는 이후 “HSBC는 홍콩 경제를 재건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규정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며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도 HSBC에 압박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HSBC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HSBC는 홍콩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계좌는 폐쇄하면서, 홍콩의 자유를 막는 이들의 계좌는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엔 "HSBC는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린다"며 “HSBC가 아무리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보인다해도 중국 정부는 HSBC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HSBC는 여러 측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최대 시장인 홍콩을 두고 미·중간 정치적 긴장 상태를 헤쳐나가려다 서방과 중국 모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