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국제경쟁력 약화시킬 '기업규제 3법'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래 개방경제와 가공무역 입국 정책 추진을 통해 성장해왔다. 인구과잉의 자원 부족 국가로서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고 결과 또한 성공적이었다.

이 같은 정책을 선택한 이상 ‘어떻게 수출을 늘릴 것인가’가 정책의 1차 관심 대상이 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국제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범위의 경제가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됐다. 대규모 기업의 출현과 관련 산업들로 구성된 기업집단의 존재는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모기업에 필요불가결한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기업과의 계열·하청관계도 형성됐다.

이들 모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 계열 기업 및 하청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필요에 따라 지주회사 제도가 창출된 것이다. 지주회사 운영의 핵심적 목표 역시 강력한 대외경쟁력 확보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수평적·수직적으로 조직화된 한국의 대표적 기업집단들은 성공적으로 대외지향적 한국경제의 발전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경제 조직을 강하게 흔드는 존재가 나타나려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현이란 정책 목표 하에 정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이른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기업규제 3법은 다중대표 소송제도를 신설하고, 지주회사 지분 요건을 강화하며. 공정위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과징금 상한 한도를 상향하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를 도입하고,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개편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한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기존 한국 기업의 대외경쟁력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첫째, 기존의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하는 수평적·수직적 기업집단을 존속시킨다고 할 때 30조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세계 각국은 생존 차원에서 자국 경제의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투입, 인적 자원의 영입 및 양성, 필요에 따라 특정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이 시급히 요구된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선진경제 대열에서 탈락하고 만다. 이토록 절박한 시기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부문 투자가 아니라 정책적 요구에 맞춰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30조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실로 답답한 노릇이다.

둘째,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일반적으로 적대 세력의 스파이 이사 선임을 가능하게 해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 최대주주라도 의결권을 3% 이상 행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사나 ‘엘리엇’ 같은 투기 자본이 이사로 선임되어 자신들의 우호지분과 함께 기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지배주주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느라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선진국은 기업이 기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및 신주인수 선택권 등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그러한 제도도 없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여지가 커진다.

셋째, 작년에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품에 대해 무역관리제를 채택함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소재·설비를 중심으로 국내 대체화 필요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기업규제 3법의 존재는 한국 기업의 국내 대체화 추진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것이다. 물론 기존 방식에 분배구조 왜곡 등 부작용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분배구조 시정을 위해 한국경제 발전구조 자체를 변형시켜 지금까지 튼튼하게 구축해온 대외경쟁력이 약화된다면 그야말로 한국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악수(惡手)가 된다.

기업규제 3법 추진의 재고(再考)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