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시세차익 노려 뭉칫돈 유입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닭고기업체 체리부로가 15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청약에 30배를 웃도는 약 46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BW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증권이다.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세를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는 평가다. 체리부로는 공급 과잉에 따른 닭고기 가격 하락으로 2년 넘게 적자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BW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에 해당하는 ‘BB-(부정적)’로 평가받았다.
주가 급등 시 단기차익을 올릴 수 있고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시장금리보다 나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고 기대하는 청약 참여자가 몰렸다. 체리부로 BW를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다음달 24일 이후 새 주식을 주당 2530원에 받을 수 있다. 만기까지 3년 동안 보유할 경우엔 원금과 연 4.0% 이자를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투자 성공 사례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ELB 권리행사 건수는 총 1615건에 달했다. 직전 6개월(785건) 대비 105.7% 급증했다. 현대로템이 지난 6월 발행한 24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는 60% 이상의 시세 차익을 안기고 발행 두 달 만에 전액 주식으로 전환됐다. IB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안전하게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메자닌(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의 증권) 공모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부적격 증권의 경우 상환 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