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A씨는 친인척으로부터 현금 등을 증여받아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를 다른 외국인에게 임대하고 임대소득 신고도 누락했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 감시망이 허술한 점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다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A씨를 비롯해 부동산 관련 탈세행위 혐의자 9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난 15일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후 처음 소집한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법인과 사모펀드, 30대 이하의 주택 취득 과정을 집중 검증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 중 편법 증여로 주택을 매입한 만 39세 이하 연소자가 7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A씨 같은 외국인도 30명이 포함됐다. 상당수가 한국 사정에 밝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이 밖에 법인을 통해 편법 증여를 한 다주택자(12명)와 법인세와 증여세를 회피한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자(10명) 등도 있었다.

B씨는 다른 사람 명의로 세운 자본금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부동산 사모펀드에서 수십억원의 배당을 받았지만 비용을 부풀리는 형태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탈루하다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기존 세무조사에서 적발한 부동산 관련 탈세 사례도 이날 공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아파트 주민 5명은 각자 1억원 이상의 재산을 갹출해 10억원을 모아 ‘갭투자’를 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다른 사람 명의로 아파트와 분양권을 매입했다.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무주택자 명의를 쓰다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가족 등 특수관계가 아닌 다수가 아파트 여러 채를 공동 매입하고 자금 출처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양도세를 추징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면 부동산 가격의 최대 3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