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의존도 줄이고 니켈 배터리 개발"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연례 주주총회 겸 배터리데이 행사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배터리 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며 “배터리 디자인과 소재, 생산망 등에서 혁신을 이뤄 가격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100% 니켈 양극재를 쓴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사이버 트럭 등 장거리 주행용 트럭을 개발하기 위해선 에너지밀도가 높은 100% 니켈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머스크 CEO와 함께 배터리데이 연단에 오른 드류 배글리노 테슬라 파워트레인에너지엔지니어링부문 선임부사장은 “니켈은 가격이 저렴하고, 에너지밀도도 높다”며 “배터리 원료로 쓰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배글리노 부사장은 “현재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코발트를 굳이 쓰는 이유는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니켈만을 이용해 안정성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이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은 전기차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40%다. 이때문에 배터리 원가를 절감해야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게 시장의 중론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은 KWh당 130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현재 전기차가 누구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진 않다”며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더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테슬라가) 배터리 가격을 꾸준히 낮춰왔지만, 최근엔 가격 감소폭이 둔화됐다”며 “전기차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니켈 공급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간 주요 광산업체와 만나 관련 협의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금속원료를 바꾸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생산과정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더 큰 배터리도 개발한다. 2017년 상용화한 2170배터리보다 약 두 배 큰 '4680배터리'다. 지름 46mm, 높이 80mm로 기존 2170 배터리를 쓸 때보다 주행거리가 16%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날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 규모 확대 목표도 내놨다. 2022년엔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 3테라와트시(TWh)로 생산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이젠 테라와트 수준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며 “테라와트는 기가와트의 1000배 가량”이라고 했다.
문제는 현재 배터리 공장이 빠르게 생산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머스크 CEO는 “연간 20테라와트시 생산 규모를 구축하려면 기가팩토리 135곳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라며 “같은 노력을 투입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LG화학 등과 협력을 늘릴 계획이다. 배글리노 선임부사장은 “파나소닉, LG(LG화학), CATL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테슬라의 새 배터리 계획을 두고 당장 현실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배터리업계는 비싸고 희소한 코발트 대신 다른 원자재로 출력·안정성을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려왔다. 업계에서 ‘그간 코발트 대체제를 안 찾은게 아니라 아직 못 찾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업계 전문 시장정보기업 벤치마크미네랄의 사이먼 무어 본부장은 “머스크 CEO가 배터리데이에서 갖가지 계획을 내놓긴 했는데, 현실과는 동떨어져 환상에 가까운 얘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