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신입행원 모집 놓고 '채용 갑질' 논란 커져
앱 사용한 뒤 기획 보고서 내고, 교육도 24시간 수강해야
"회사에 필요한 기획안을 무료로 공모하겠다는 발상"
"서류 합격할 지도 모르는데... 이건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최근 KB국민은행의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공고와 관련해 모 취업카페에 달린 댓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그래도 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취준생들의 울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KB국민은행은 진행중인 2020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절차를 놓고 취업 카페에서 논란이 뜨겁다. 통과할지도 불확실한 서류 면접을 치르면서 지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카페에서는 "지원을 하는데만 족히 4일~5일을 '올인'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전형 절차는 지원서 접수부터 서류전형, 필기전형, 1차 면접전형, 2차 면접전형까지 총 5단계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채용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KB국민은행이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외에 상당한 연구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사전과제, 온라인 디지털 교육 과정(TOPCIT), A.I 역량 검사 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사전과제는 지원자의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KB국민은행에서 주력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 어플리케이션(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해당 서비스의 현황, 강약점, 개선 방향 등의 내용을 담은 3~5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 내용은 1차 면접 PT 전형에서도 활용된다. 취업 카페에서는 "이건 입사 지원자를 받는게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기획안을 무료로 공모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이외에도 지원자들은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비즈니스 영역(IT비즈니스와 윤리, 프로젝트 관리와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은 수업 시간만 19시간에 달한다. 기술 영역(데이터 이해와 활용)은 총 5시간이다. 지원자들은 A.I 역량 검사도 추가적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지원자가 이 모든 것을 해낸다고 해도 서류전형 통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채용 갑질'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한 취준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채용길이 막혀 심란한데 KB국민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조건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며 "안그래도 평소보다 채용 인원을 크게 줄여 좁은 문이 됐는데 전형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은 "아직 관련 부서로부터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관련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