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외친 '민주당 20년 집권' 건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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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해찬 전기 발간 축하연 참석
"'20년 해야' 말씀 절실히 다가와"
윤석헌은 꽃 건네고 깍듯이 인사
금융수장의 처신 적절성 논란
임현우 금융부 기자
이해찬 전기 발간 축하연 참석
"'20년 해야' 말씀 절실히 다가와"
윤석헌은 꽃 건네고 깍듯이 인사
금융수장의 처신 적절성 논란
임현우 금융부 기자
“가자, 20년!”
지난 22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傳記) 만화책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을 장식한 건배사다. 이 전 대표를 위한 잔치이니 그가 외쳐온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덕담으로 오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건배사를 주도한 사람이 금융권 인사라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건배사를 제안한 이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자신을 ‘비정치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당대표를 맡아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저한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며 “민주 정부가 벽돌을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얼마나 빨리 허물어지는지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 한마음으로 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합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이 “가자!”와 “대한민국!”을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20년!”과 “1등 국가!”로 화답했다.
행사장의 또 다른 ‘비정치인’으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있었다. 윤 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날 축하연에는 50명 넘게 모이지 못한다는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고려해 45명만 초대됐다.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쟁쟁한 정치인이 대부분이었고 금융권 인사는 이 회장과 윤 원장뿐이었다. 금감원은 “윤 원장이 국가 원로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참석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산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산은은 기업금융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이다. 평소 산은을 이용하지 않던 대기업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간은행들이 돈줄을 죄자 조용히 산은부터 찾아갔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의 사례처럼 부실화한 기업에는 사실상 산은이 ‘생살여탈권’을 쥐기도 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쥐락펴락하는 감독기관이다. 검사·징계권이 있는 금감원의 의중을 금융사들은 열심히 살피고 따른다.
이런 기관의 수장인 두 사람이 언론에 공개된 행사장에서 ‘여당 대부’에게 찬사를 보내고 꽃다발을 안겼다. 어떻게 비칠지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두 사람이 진보 성향의 학자 출신이고 여권과도 가깝다는 것은 금융권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여당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금융사들은 이날 이 회장과 윤 원장의 모습을 떠올릴지 모른다는 상상은 지나친 것일까. 안 그래도 요즘 “‘한국판 뉴딜’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보도자료가 안쓰럽던 차였다. ‘관치금융’보다 ‘정치금융’이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어서 더 우려스럽다.
당장 야당에서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산은과 금감원이 본연의 업무 대신 엉뚱한 시빗거리로 공세에 시달릴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두 사람은 재산 공개 의무가 있는 ‘준공직자 신분’이기도 하다.
tardis@hankyung.com
지난 22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傳記) 만화책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을 장식한 건배사다. 이 전 대표를 위한 잔치이니 그가 외쳐온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덕담으로 오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건배사를 주도한 사람이 금융권 인사라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건배사를 제안한 이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자신을 ‘비정치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당대표를 맡아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저한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며 “민주 정부가 벽돌을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얼마나 빨리 허물어지는지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 한마음으로 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합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이 “가자!”와 “대한민국!”을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20년!”과 “1등 국가!”로 화답했다.
행사장의 또 다른 ‘비정치인’으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있었다. 윤 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날 축하연에는 50명 넘게 모이지 못한다는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고려해 45명만 초대됐다.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쟁쟁한 정치인이 대부분이었고 금융권 인사는 이 회장과 윤 원장뿐이었다. 금감원은 “윤 원장이 국가 원로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참석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산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산은은 기업금융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이다. 평소 산은을 이용하지 않던 대기업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간은행들이 돈줄을 죄자 조용히 산은부터 찾아갔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의 사례처럼 부실화한 기업에는 사실상 산은이 ‘생살여탈권’을 쥐기도 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쥐락펴락하는 감독기관이다. 검사·징계권이 있는 금감원의 의중을 금융사들은 열심히 살피고 따른다.
이런 기관의 수장인 두 사람이 언론에 공개된 행사장에서 ‘여당 대부’에게 찬사를 보내고 꽃다발을 안겼다. 어떻게 비칠지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두 사람이 진보 성향의 학자 출신이고 여권과도 가깝다는 것은 금융권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여당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금융사들은 이날 이 회장과 윤 원장의 모습을 떠올릴지 모른다는 상상은 지나친 것일까. 안 그래도 요즘 “‘한국판 뉴딜’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보도자료가 안쓰럽던 차였다. ‘관치금융’보다 ‘정치금융’이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어서 더 우려스럽다.
당장 야당에서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산은과 금감원이 본연의 업무 대신 엉뚱한 시빗거리로 공세에 시달릴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두 사람은 재산 공개 의무가 있는 ‘준공직자 신분’이기도 하다.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