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동 쿠웨이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대비 두 단계 깎았다. 중동 주요 산유국인 쿠웨이트가 무디스로부터 등급을 강등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전날 쿠웨이트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1로 두 단계 내렸다고 발했다. A1은 무디스의 전체 21개 신용등급 중 다섯번째로 높다. 한국의 Aa2보다는 두 단계 낮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A1 등급에 속한다.

무디스는 쿠웨이트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순금융자산은 향후 수년간 하락할 전망이다. 무디스는 "쿠웨이트가 국부펀드 자산을 쓰는 등으로 위기 대처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법적 허가가 아직 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용 유동성이 고갈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쿠웨이트 경제는 올들어 큰 타격을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침체된데다가, 지난 3~5월 유가 폭락 이후 저유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쿠웨이트는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IMF에 따르면 쿠웨이트가 재정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원유 가격(재정균형유가)은 61.1달러다. 반면 중동 주요 유종인 오만유와 두바이유 가격은 각각 40달러 초반에 그친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6월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5달러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전망치보다 배럴당 8달러 낮췄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활동이 빨리 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알렉산더 펄제시 무디스 부회장은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신용 압력이 커질 것"며 "쿠웨이트, 사우디 등 국채 등급이 높은 국가도 신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