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등 여권 인사들은 왜 네이버기사 링크를 걸지 않을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문재인 대통령 기자협회보 서면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언론이 특종 경쟁에 매몰돼 받아쓰기 보도행태를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도한 경쟁이 언론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온다는 취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한 언론사 기사를 별다른 멘트없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동감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적 글을 본다면 제보해달라고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땐 직접 메시지를 남기고 기사로 심경을 대신할 땐 적극적으로 기사 링크를 자신의 피드에 공유하는 조 전 장관의 SNS에는 특징이 있다.
많은 이들이 최대 포털인 네이버(Naver)에서 기사를 소비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팔로워에게 네이버 링크를 공유하기 쉽지만 조 전 장관은 언론사 링크를 바로 걸거나 유튜브를 소개하는 것 외에 뉴스를 소개할 때는 다음(Daum) 뉴스 페이지를 선호한다.
이같은 현상은 친여권 인사들의 SNS에서 두드러진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 70% 달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댓글 수에서도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음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의 언론 비판 인터뷰 기사의 댓글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공유한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언론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비판의 자유는 만개했는데 거꾸로 신뢰 떨어진다"면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스스로가 '오로지 진실'의 자세를 가질 때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때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노력이 언론을 신뢰받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네이버 댓글은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어떤 대통령은 자기가 쓴댔는데 대필 읽어주는 로봇같아서 신뢰가 손상된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고대로 돌려주기도 하고 "한마디로 대부분의 언론은 한 손에 틀어쥐고 심지어 네이버 다음 포털까지 장악했는데 그나마 정신줄 놓지 않은 참언론 몇이 진실보도 하면서 뜻대로 장악이 안되니 열 받았나보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편가르기에 올인하는데 지지자들은 문비어천가나 부르는 게 어이없다" 등의 댓글을 달았고 이 글들이 가장 많은 공감수를 얻었다.
같은 기사를 다음에서 봤더니 같은 나라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반응은 딴판이었다.
"내가 봐도 편파보도가 많긴 하다. 특정 정당만 비판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기레기들", "창작 소설이나 쓰라고 하면 잘 쓸 언론", "우리나라 언론 자유는 최고지만 기레기 수준은 최하다. 차라리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도 받아쓰면 기레기 소리는 안 들을 듯", "조중동이 거의 모든 언론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언론비판 위주의 목소리가 주축을 이뤘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그 외 포털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 기사에 대한 댓글 온도차이가 심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이같은 양극화가 2000년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선에서 인터넷 때문에 패했다고 판단한 보수진영에서 인터넷 여론전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실제로 공식적으로 홍보전을 위한 사이버 전사대를 출범한다고 발표를 했으며 보수성향의 정치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거기에서 활동하던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그 특성상 진보적 성향의 네티즌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지난 대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인터넷의 엄청난 위력을 절감한 보수진영에서 인터넷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자 진보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댓글을 선점해 여론을 주도하려는 노력은 지난 대선 때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드루킹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 댓글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네이버에서는 보수성향 네티즌이 다수를 이루고 다음에서는 진보성향 네티즌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조 전 장관의 임명 당시에는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국민들이 두동강으로 나뉘어 지지와 사퇴의 목소리를 내더니 이제는 진영 대결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기사를 건다면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자연히 해당 기사에 가서 의견을 피력하게 되고 점점 지지세력의 결집을 양산한다.
반면 문 대통령이 지적한 언론의 과도한 경쟁을 컨텐츠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로 투영시킨 정치인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7년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컨텐츠 만드는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언론사가 포털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수익이 생겨나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포럼에서 "미국의 산업생태계는 서로 잘 살게 하는 구조다. 검색 1등 구글은 검색 결과를 원래 웹사이트로 옮겨준다. 뉴스를 검색하면 뉴스 사이트로 옮겨주는 개방형 구조로 1등을 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폐쇄형 구조다. 네이버가 모든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뉴스에 댓글을 달때도 네이버에 달게 유도하고 있다. 아무리 뉴스사이트로 옮겨주는 장치가 있다하더라도 사람들은 네이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당시 "언론사는 사용자 방문으로 창출된 수익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내부(네이버)에 갇혀 있다보니 결과적으로 컨텐츠 만드는 회사도 수익을 내지 못해서 질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을 고쳐 함께 공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런 지론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 기사를 소개할 때 포털사이트가 아닌 해당 언론사 바로 가는 링크를 걸고 있다. 하루 30만 개에 달하는 댓글이 이력 표시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보수와 진보간의 대형 포털 사이트 내 세대결은 서울 부산 보궐선거가 이어지는 내년까지도 가열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언론이 특종 경쟁에 매몰돼 받아쓰기 보도행태를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도한 경쟁이 언론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온다는 취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한 언론사 기사를 별다른 멘트없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동감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적 글을 본다면 제보해달라고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땐 직접 메시지를 남기고 기사로 심경을 대신할 땐 적극적으로 기사 링크를 자신의 피드에 공유하는 조 전 장관의 SNS에는 특징이 있다.
많은 이들이 최대 포털인 네이버(Naver)에서 기사를 소비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팔로워에게 네이버 링크를 공유하기 쉽지만 조 전 장관은 언론사 링크를 바로 걸거나 유튜브를 소개하는 것 외에 뉴스를 소개할 때는 다음(Daum) 뉴스 페이지를 선호한다.
이같은 현상은 친여권 인사들의 SNS에서 두드러진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 70% 달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댓글 수에서도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음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의 언론 비판 인터뷰 기사의 댓글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공유한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언론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비판의 자유는 만개했는데 거꾸로 신뢰 떨어진다"면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스스로가 '오로지 진실'의 자세를 가질 때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때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노력이 언론을 신뢰받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네이버 댓글은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어떤 대통령은 자기가 쓴댔는데 대필 읽어주는 로봇같아서 신뢰가 손상된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고대로 돌려주기도 하고 "한마디로 대부분의 언론은 한 손에 틀어쥐고 심지어 네이버 다음 포털까지 장악했는데 그나마 정신줄 놓지 않은 참언론 몇이 진실보도 하면서 뜻대로 장악이 안되니 열 받았나보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편가르기에 올인하는데 지지자들은 문비어천가나 부르는 게 어이없다" 등의 댓글을 달았고 이 글들이 가장 많은 공감수를 얻었다.
같은 기사를 다음에서 봤더니 같은 나라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반응은 딴판이었다.
"내가 봐도 편파보도가 많긴 하다. 특정 정당만 비판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기레기들", "창작 소설이나 쓰라고 하면 잘 쓸 언론", "우리나라 언론 자유는 최고지만 기레기 수준은 최하다. 차라리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도 받아쓰면 기레기 소리는 안 들을 듯", "조중동이 거의 모든 언론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언론비판 위주의 목소리가 주축을 이뤘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그 외 포털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 기사에 대한 댓글 온도차이가 심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이같은 양극화가 2000년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선에서 인터넷 때문에 패했다고 판단한 보수진영에서 인터넷 여론전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실제로 공식적으로 홍보전을 위한 사이버 전사대를 출범한다고 발표를 했으며 보수성향의 정치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거기에서 활동하던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그 특성상 진보적 성향의 네티즌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지난 대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인터넷의 엄청난 위력을 절감한 보수진영에서 인터넷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자 진보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댓글을 선점해 여론을 주도하려는 노력은 지난 대선 때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드루킹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 댓글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네이버에서는 보수성향 네티즌이 다수를 이루고 다음에서는 진보성향 네티즌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조 전 장관의 임명 당시에는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국민들이 두동강으로 나뉘어 지지와 사퇴의 목소리를 내더니 이제는 진영 대결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기사를 건다면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자연히 해당 기사에 가서 의견을 피력하게 되고 점점 지지세력의 결집을 양산한다.
반면 문 대통령이 지적한 언론의 과도한 경쟁을 컨텐츠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로 투영시킨 정치인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7년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컨텐츠 만드는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언론사가 포털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수익이 생겨나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포럼에서 "미국의 산업생태계는 서로 잘 살게 하는 구조다. 검색 1등 구글은 검색 결과를 원래 웹사이트로 옮겨준다. 뉴스를 검색하면 뉴스 사이트로 옮겨주는 개방형 구조로 1등을 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폐쇄형 구조다. 네이버가 모든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뉴스에 댓글을 달때도 네이버에 달게 유도하고 있다. 아무리 뉴스사이트로 옮겨주는 장치가 있다하더라도 사람들은 네이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당시 "언론사는 사용자 방문으로 창출된 수익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내부(네이버)에 갇혀 있다보니 결과적으로 컨텐츠 만드는 회사도 수익을 내지 못해서 질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을 고쳐 함께 공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런 지론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 기사를 소개할 때 포털사이트가 아닌 해당 언론사 바로 가는 링크를 걸고 있다. 하루 30만 개에 달하는 댓글이 이력 표시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보수와 진보간의 대형 포털 사이트 내 세대결은 서울 부산 보궐선거가 이어지는 내년까지도 가열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