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구루' 존리의 투자 성적표는? [여기는 논설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각종 어록 남기며 '국민 스타'로 부상
메리츠코리아펀드 성과에는 '물음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후임 CIO 거론
고객들 마음까지 돌려 놓을까 '관심'
메리츠코리아펀드 성과에는 '물음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후임 CIO 거론
고객들 마음까지 돌려 놓을까 '관심'
“중2 첫째에게 주식 공부를 시켜봐야겠어”
퇴근 후 아내의 뜬금없는 얘기에 놀라 이유를 물었습니다. “존리라는 사람이 유튜브에 나와서 그런 얘길 하는데, 일리가 있더라고.” 아내의 답변을 듣고서는 ‘(증권부 재직시절부터 유명했던) 존리 대표가 뜨긴 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적극 찬성”이라고 답해줬지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현재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인물 중 하나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 후 본격화 된 ‘동학개미운동’ 열풍 속에서 평소 지론이었던 ‘주식을 투자해야하는 이유’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적극 설파해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그에게 존봉준(존리+전봉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건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 교육비에 돈 쏟아 붓지 말고 주식공부 시켜라.”“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에 따라 투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런 발언들이 주린이(주식+어린이)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그는 어느 새 동학개미들의 ‘구루’ 대접까지 받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투자에 눈을 뜬 주린이들 중에는 존리 대표를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그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2014년부터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어록들은 사실 그가 오랜 기간 설파해왔던 것들이었고, 대표이사(CEO)인데도 차 없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그의 평소 행동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자산운용사 대표를 맡자마자 메리츠자산운용 ‘간판’ 펀드들을 대히트시켜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데뷔하자마자 ‘홈런’을 친 이력이 없었다면, 그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그저 그런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누가 관심이나 줬겠습니까.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메리츠코리아1’은 그가 대표를 맡은 첫해인 2014년 21.41%라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그해 에프엔가이드 조사대상 631개 액티브펀드의 평균 손익률이 –2.7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성과였지요.
그 결과 2014년 한 해동안 설정액이 2000억원 넘게 불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엔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이 4.76%에 머무는 동안 49.64%라는 괴물 같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요.
문제는 2016년부터입니다. 2016년에 이 펀드는 21.75%의 손실을 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2017년엔 18.51%의 수익률로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그해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인 19.82%에는 못 미쳤습니다. 지난 23일 기준 최근 5년 수익률은 –4.82%로, 5년 전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아직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존리 대표를 믿고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 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그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의 성과를 추적해 온 투자자들 입장에선 최근 그의 부상이 못 마땅한 것도 사실입니다. 존리 대표의 스타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거나, 만족할 만한 수익을 못 낸 투자자들이 지금의 그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업종 대표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그의 투자철학이 한국 증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장기 우상향 궤적을 그려온 미국 증시에서야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만 꾸준히 돈을 넣어도 연 10%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벗어나지 못 하는 한국 증시에선 이 투자 철학이 안 통한다는 비판입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와 같은 미래 성장주에 수급이 편중되는 증시 흐름상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다시 빛을 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담고 있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우(18.89%) 카카오(7.37%) 휠라홀딩스(3.65%) SK머티리얼즈(3.23%) 삼성전자(3.15%) 등 반도체와 인터넷주 비중이 높은 모습입니다. 전 세계 주요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흐름에 잘 맞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의 유명세에 힘입어 일각에서는 그가 오는 10월8일 임기가 만료되는 안효준 국민연금 최고운용책임자(CIO) 후보로도 거론되는 모양입니다. 얼마나 현실성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만큼 그의 ‘몸값’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방증이겠지요.
그가 국민들의 경제 지력(知力)을 높이는 데 미친 영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에 더해 그의 펀드 투자자들에게 명성에 걸 맞는 수익까지 되돌려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퇴근 후 아내의 뜬금없는 얘기에 놀라 이유를 물었습니다. “존리라는 사람이 유튜브에 나와서 그런 얘길 하는데, 일리가 있더라고.” 아내의 답변을 듣고서는 ‘(증권부 재직시절부터 유명했던) 존리 대표가 뜨긴 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적극 찬성”이라고 답해줬지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현재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인물 중 하나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 후 본격화 된 ‘동학개미운동’ 열풍 속에서 평소 지론이었던 ‘주식을 투자해야하는 이유’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적극 설파해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그에게 존봉준(존리+전봉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건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 교육비에 돈 쏟아 붓지 말고 주식공부 시켜라.”“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에 따라 투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런 발언들이 주린이(주식+어린이)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그는 어느 새 동학개미들의 ‘구루’ 대접까지 받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투자에 눈을 뜬 주린이들 중에는 존리 대표를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그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2014년부터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어록들은 사실 그가 오랜 기간 설파해왔던 것들이었고, 대표이사(CEO)인데도 차 없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그의 평소 행동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자산운용사 대표를 맡자마자 메리츠자산운용 ‘간판’ 펀드들을 대히트시켜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데뷔하자마자 ‘홈런’을 친 이력이 없었다면, 그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그저 그런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누가 관심이나 줬겠습니까.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메리츠코리아1’은 그가 대표를 맡은 첫해인 2014년 21.41%라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그해 에프엔가이드 조사대상 631개 액티브펀드의 평균 손익률이 –2.7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성과였지요.
그 결과 2014년 한 해동안 설정액이 2000억원 넘게 불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엔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이 4.76%에 머무는 동안 49.64%라는 괴물 같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요.
문제는 2016년부터입니다. 2016년에 이 펀드는 21.75%의 손실을 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2017년엔 18.51%의 수익률로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그해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인 19.82%에는 못 미쳤습니다. 지난 23일 기준 최근 5년 수익률은 –4.82%로, 5년 전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아직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존리 대표를 믿고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 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그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의 성과를 추적해 온 투자자들 입장에선 최근 그의 부상이 못 마땅한 것도 사실입니다. 존리 대표의 스타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거나, 만족할 만한 수익을 못 낸 투자자들이 지금의 그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업종 대표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그의 투자철학이 한국 증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장기 우상향 궤적을 그려온 미국 증시에서야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만 꾸준히 돈을 넣어도 연 10%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벗어나지 못 하는 한국 증시에선 이 투자 철학이 안 통한다는 비판입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와 같은 미래 성장주에 수급이 편중되는 증시 흐름상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다시 빛을 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담고 있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우(18.89%) 카카오(7.37%) 휠라홀딩스(3.65%) SK머티리얼즈(3.23%) 삼성전자(3.15%) 등 반도체와 인터넷주 비중이 높은 모습입니다. 전 세계 주요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흐름에 잘 맞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의 유명세에 힘입어 일각에서는 그가 오는 10월8일 임기가 만료되는 안효준 국민연금 최고운용책임자(CIO) 후보로도 거론되는 모양입니다. 얼마나 현실성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만큼 그의 ‘몸값’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방증이겠지요.
그가 국민들의 경제 지력(知力)을 높이는 데 미친 영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에 더해 그의 펀드 투자자들에게 명성에 걸 맞는 수익까지 되돌려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