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독감 백신 '종이상자 배송' 규정상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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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약품 "종이상자 백신도 냉매캐리어로 운반시 규정위반 아냐" 주장
법령상 냉장차수송시 특수용기 안써도 돼…"車→병원 운반시 규정 미비"
현장의사들 "종이상자 백신은 처음"…"수송규정 강화해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상온 노출로 논란이 된 신성약품이 '종이상자 배송' 자체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해 의문을 자아냈다.
의약품 유통업체인 신성약품의 김진문 대표는 사태가 벌어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백신을 냉매가 든 캐리어에 담아 운반하는 것 자체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신성약품은 하청업체가 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냉장차 문을 열어 놓거나 백신을 바닥에 두는 등 백신 냉장 온도 유지·관리를 소홀히 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부 백신을 종이상자에 담아 배송한 사실이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일부 의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이상자 배송'에 문제를 제기했고, 국내 주요 언론도 백신이 종이상자로 배송돼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세금으로 대량 주문한 백신이 어떻게 택배 상자로 배송되느냐' '종이상자로 배송된 백신을 공짜로 맞느니 차라리 유료 접종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잇따라 게재됐다.
◇ '종이상자 백신'도 냉장차로 운반시 법령상 문제 안돼
'종이상자 배송 자체는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일까?
백신은 제조업체에서 보건소나 병원으로 배송될 때 반드시 콜드체인(cold chain·상품을 낮은 온도로 유지해 배송하는 유통 방식)을 유지해야 하며, 허용되는 온도 범위는 통상 섭씨 2도에서 8도 사이로 평균 5도다.
'콜드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백신 수송 방법을 규정한 현행법령인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총리령) 6조를 보면 "생물학적 제제등을 수송함에 있어서는 그 수송거리·수송시간 등을 고려하여 별표의 기준에 의한 수송용기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별표 수송용기는 기본적으로 백신 운송시 10℃ 이하 온도가 5∼6시간 유지될 수 있는 철제 또는 견고한 플라스틱 상자를 지칭하며, 온도 유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용기 내부에 스티로폼 등 단열재 장치를 하고 여기에 더해 화학냉각제 또는 얼음덩어리를 넣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자가 냉동차량 또는 냉장차량으로 직접 수송하는 경우에는 별표에 의한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해, 신성약품 사례처럼 냉동·냉장 차량으로 백신을 운송할 경우에는 이 같은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돼 있다.
종이상자 배송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신성약품 대표의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인 셈이다. 보건당국은 냉장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 백신을 수송할 때 쓰이는 용기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종이상자를 사용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의 문은희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신성약품처럼 종이상자를 냉장차에 보관해서 이동하기도 하고, 냉장차로 이동할 경우에도 종이상자와 같은 용기에 냉매를 넣어서 (병원에)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러 백신을 대량 취급하는 대형병원 약제부의 설명도 이와 일치했다.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관계자는 "반드시 스티로폼 박스에 보관돼서 오는 백신도 있지만 종이상자에 담겨서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종이상자에 보관했다고 해서 무조건 온도가 문제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종이든 스티로폼이든 온도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보통 백신을 인수할 때 (백신) 온도기록지가 첨부돼있는 만큼 이를 철저하게 체크하고 입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선 병원 의사들 "'종이상자 배송' 이례적"·"18년 의사 생활 중 처음"
그러나 일선 병원 의사들은 백신의 '종이상자 배송'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생활 18년 차로 10년간 동네 의원을 운영해 온 A 원장은 종이상자로 배송된 독감 백신을 받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A 원장은 "처음 백신이 도착했을 때 종이상자에 담겨 있어서 놀랐다"며 "보통 백신은 여러 개의 아이스팩이 담긴 스티로폼형 아이스박스에 담겨서 배송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인수한 종이상자 안에는 아이스팩과 같은 냉매도 들어있지 않았다.
A 원장은 "바로 밖으로 나가서 수송 차량을 확인해봤는데 외관상 냉장 탑차여서 인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회사의 경우 보통 백신을 인수할 때 저희 측 인수자에게 배송 포장과 전달이 잘 됐는지 의견 표시 칸에 표시를 하도록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점도 평소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A 원장은 백신 인수 직후 배송된 상자를 촬영해두기도 했다.
가정의학과 병원을 운영하는 B 원장도 "종이상자로 백신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백신을 받았는데 종이상자에 아이스팩이 두 개 담긴 채 백신이 배송됐다고 하더라"라며 "보통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을 넣어서 가지고 오기 때문에 이상했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보통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지고 오지 종이상자에 담겨 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콜드체인이라는 의미 자체가 병원에 반입될 때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니만큼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냉장 상태로 운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백신 접종을 가장 많이 하는 만큼,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회원들로부터 이번 일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하청, 재하청을 주더라도 수송 과정에서 백신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콜드 체인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백신수송 규정 너무 부실…이번 계기에 점검해야"
임 회장은 또한 현행 규정에 백신 온도 유지와 관한 포괄적인 내용만 나와 있고, 냉장차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기까지 노출 시간 제한과 같이 세밀한 규정이 부재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비춰 우리 백신 수송 매뉴얼은 너무 부실하다"며 "보건당국은 이번을 계기로 관련 규정을 점검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들과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백신 유통과정의 적정성, 기준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신성약품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연합뉴스
법령상 냉장차수송시 특수용기 안써도 돼…"車→병원 운반시 규정 미비"
현장의사들 "종이상자 백신은 처음"…"수송규정 강화해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상온 노출로 논란이 된 신성약품이 '종이상자 배송' 자체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해 의문을 자아냈다.
의약품 유통업체인 신성약품의 김진문 대표는 사태가 벌어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백신을 냉매가 든 캐리어에 담아 운반하는 것 자체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신성약품은 하청업체가 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냉장차 문을 열어 놓거나 백신을 바닥에 두는 등 백신 냉장 온도 유지·관리를 소홀히 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부 백신을 종이상자에 담아 배송한 사실이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일부 의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이상자 배송'에 문제를 제기했고, 국내 주요 언론도 백신이 종이상자로 배송돼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세금으로 대량 주문한 백신이 어떻게 택배 상자로 배송되느냐' '종이상자로 배송된 백신을 공짜로 맞느니 차라리 유료 접종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잇따라 게재됐다.
◇ '종이상자 백신'도 냉장차로 운반시 법령상 문제 안돼
'종이상자 배송 자체는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일까?
백신은 제조업체에서 보건소나 병원으로 배송될 때 반드시 콜드체인(cold chain·상품을 낮은 온도로 유지해 배송하는 유통 방식)을 유지해야 하며, 허용되는 온도 범위는 통상 섭씨 2도에서 8도 사이로 평균 5도다.
'콜드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백신 수송 방법을 규정한 현행법령인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총리령) 6조를 보면 "생물학적 제제등을 수송함에 있어서는 그 수송거리·수송시간 등을 고려하여 별표의 기준에 의한 수송용기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별표 수송용기는 기본적으로 백신 운송시 10℃ 이하 온도가 5∼6시간 유지될 수 있는 철제 또는 견고한 플라스틱 상자를 지칭하며, 온도 유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용기 내부에 스티로폼 등 단열재 장치를 하고 여기에 더해 화학냉각제 또는 얼음덩어리를 넣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자가 냉동차량 또는 냉장차량으로 직접 수송하는 경우에는 별표에 의한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해, 신성약품 사례처럼 냉동·냉장 차량으로 백신을 운송할 경우에는 이 같은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돼 있다.
종이상자 배송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신성약품 대표의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인 셈이다. 보건당국은 냉장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 백신을 수송할 때 쓰이는 용기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종이상자를 사용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의 문은희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신성약품처럼 종이상자를 냉장차에 보관해서 이동하기도 하고, 냉장차로 이동할 경우에도 종이상자와 같은 용기에 냉매를 넣어서 (병원에)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러 백신을 대량 취급하는 대형병원 약제부의 설명도 이와 일치했다.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관계자는 "반드시 스티로폼 박스에 보관돼서 오는 백신도 있지만 종이상자에 담겨서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종이상자에 보관했다고 해서 무조건 온도가 문제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종이든 스티로폼이든 온도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보통 백신을 인수할 때 (백신) 온도기록지가 첨부돼있는 만큼 이를 철저하게 체크하고 입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선 병원 의사들 "'종이상자 배송' 이례적"·"18년 의사 생활 중 처음"
그러나 일선 병원 의사들은 백신의 '종이상자 배송'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생활 18년 차로 10년간 동네 의원을 운영해 온 A 원장은 종이상자로 배송된 독감 백신을 받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A 원장은 "처음 백신이 도착했을 때 종이상자에 담겨 있어서 놀랐다"며 "보통 백신은 여러 개의 아이스팩이 담긴 스티로폼형 아이스박스에 담겨서 배송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인수한 종이상자 안에는 아이스팩과 같은 냉매도 들어있지 않았다.
A 원장은 "바로 밖으로 나가서 수송 차량을 확인해봤는데 외관상 냉장 탑차여서 인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회사의 경우 보통 백신을 인수할 때 저희 측 인수자에게 배송 포장과 전달이 잘 됐는지 의견 표시 칸에 표시를 하도록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점도 평소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A 원장은 백신 인수 직후 배송된 상자를 촬영해두기도 했다.
가정의학과 병원을 운영하는 B 원장도 "종이상자로 백신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백신을 받았는데 종이상자에 아이스팩이 두 개 담긴 채 백신이 배송됐다고 하더라"라며 "보통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을 넣어서 가지고 오기 때문에 이상했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보통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지고 오지 종이상자에 담겨 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콜드체인이라는 의미 자체가 병원에 반입될 때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니만큼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냉장 상태로 운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백신 접종을 가장 많이 하는 만큼,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회원들로부터 이번 일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하청, 재하청을 주더라도 수송 과정에서 백신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콜드 체인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백신수송 규정 너무 부실…이번 계기에 점검해야"
임 회장은 또한 현행 규정에 백신 온도 유지와 관한 포괄적인 내용만 나와 있고, 냉장차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기까지 노출 시간 제한과 같이 세밀한 규정이 부재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비춰 우리 백신 수송 매뉴얼은 너무 부실하다"며 "보건당국은 이번을 계기로 관련 규정을 점검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들과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백신 유통과정의 적정성, 기준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신성약품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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