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볼렌 오스카 드 라 렌타 CEO, 럭셔리업계 최초로 아마존 입점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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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창업한 패션업체 맡은 전직 금융맨
"시대 흐름 맞게 사업전략도 변화해야"
첫 직장은 월가 금융사
취임 후 사업 다변화 주력
10년 만에 연 매출 6배 '껑충'
"시대 흐름 맞게 사업전략도 변화해야"
첫 직장은 월가 금융사
취임 후 사업 다변화 주력
10년 만에 연 매출 6배 '껑충'
미국에 본사를 둔 명품 패션기업 ‘오스카 드 라 렌타’는 화려한 여성복으로 이름이 났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레드카펫’ 행사와 결혼식에서 입는 드레스로 유명하다. 재클린 케네디부터 멜라니아 트럼프까지 미국 영부인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도 명성을 얻었다.
이 기업을 16년째 이끌고 있는 이는 월스트리트 출신 알렉스 볼렌 최고경영자(CEO)다. 오스카 드 라 렌타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금융맨’이었다. 그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대 변화에 맞게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펴면서 호평받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지 편집장은 “볼렌 CEO가 수장을 맡은 이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각종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볼렌 CEO는 오스카 드 라 렌타에 입사하기 전까지 약 14년간 금융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21세에 입사한 첫 직장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에 금융 자문을 해주는 곳이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를 거쳤다. 자산관리기업을 공동 창업해 운영하다가 매각한 적도 있다. 이 기간 여러 업종에 걸쳐 각 기업의 운영 방식을 익혔다는 게 볼렌 CEO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며 “경영진이 주요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보면서 기업가적 추진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업에서 가장 값진 교훈을 앞서 난관을 거쳐 성공한 이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가 장인인 드 라 렌타의 제안을 받고 패션기업 경영에 선뜻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볼렌 CEO는 “드 라 렌타는 패션 사업에서 거의 50년간 경쟁해 살아남은 인물”이라며 “그와 함께 일한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볼렌 CEO는 라이선싱 대신 여성용 기성복과 액세서리에 사업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여러 기업에 오스카 드 라 렌타 상품권을 빌려주는 게 수익성은 높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국제적인 브랜드 명성을 쌓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지역에도 매장을 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업 전략을 바꾼 지 약 10년 만에 연간 수입이 여섯 배로 뛰었다. 북미 이외 고객층도 크게 늘었다. 북미 매출이 60%, 이외 지역 매출이 40% 정도다. 볼렌 CEO는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중견기업 규모고, 이 덕분에 사업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십분 활용해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럭셔리업계는 아마존과 손잡기를 주저해왔다. 대중을 상대로 온라인 유통에 나서는 것보다 ‘선별된 곳에서, 일부 고객에게만’ 직접 판매하는 게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에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프랑스 대표 명품기업 케링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이 아마존 입점을 거절했다.
반면 볼렌 CEO는 시대가 변한 만큼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아마 기존 오스카 드 라 렌타 소비자 거의 모두가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중 상당수가 프라임 회원일 것”이라며 “우리 고객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렌 CEO는 아마존과의 협업이 새 고객층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의 편의성도 높이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매장을 통한 명품 소매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아마존과 손을 잡은 이유다. 볼렌 CEO에 따르면 최근 오스카 드 라 렌타 매장의 수익률은 한 자릿수인 날도 더러 있지만, 온라인 판매 수익률은 30%에 달한다. 볼렌 CEO는 “아마존은 소매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며 “아마존 플랫폼을 쓰면 더욱 많은 고객에게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오스카 드 라 렌타를 알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이 기업을 16년째 이끌고 있는 이는 월스트리트 출신 알렉스 볼렌 최고경영자(CEO)다. 오스카 드 라 렌타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금융맨’이었다. 그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대 변화에 맞게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펴면서 호평받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지 편집장은 “볼렌 CEO가 수장을 맡은 이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각종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맨 출신…장인이 CEO로 낙점
볼렌 CEO는 2004년 7월 오스카 드 라 렌타 CEO로 임명됐다. 당시 36세에 불과했던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기업 CEO에 오른 것은 부인 덕이 크다. 브라운대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나 10년간 연애 끝에 결혼한 엘리자 리드가 동명 기업을 세운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의붓딸이다. 장인인 드 라 렌타는 볼렌 CEO가 월가에서 일하던 시절 사위에게 여러 번 사업상 조언을 구했다. 그러다 회사 CEO가 경영상 이견을 이유로 사임하자 볼렌 CEO를 그 자리에 영입했다. 볼렌 CEO의 부인은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볼렌 CEO는 오스카 드 라 렌타에 입사하기 전까지 약 14년간 금융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21세에 입사한 첫 직장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에 금융 자문을 해주는 곳이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를 거쳤다. 자산관리기업을 공동 창업해 운영하다가 매각한 적도 있다. 이 기간 여러 업종에 걸쳐 각 기업의 운영 방식을 익혔다는 게 볼렌 CEO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며 “경영진이 주요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보면서 기업가적 추진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업에서 가장 값진 교훈을 앞서 난관을 거쳐 성공한 이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가 장인인 드 라 렌타의 제안을 받고 패션기업 경영에 선뜻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볼렌 CEO는 “드 라 렌타는 패션 사업에서 거의 50년간 경쟁해 살아남은 인물”이라며 “그와 함께 일한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업 전략 확 바꿔 매출 급증
취임 이래 볼렌 CEO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기존 경영 전략을 크게 바꿨다. 볼렌 CEO 이전까지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쿠튀르(고급 맞춤복) 부문 외엔 주로 의류사업 상표권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라이선싱 사업에 주력했다. 쿠튀르 위주로 옷을 만들다 보니 자체 브랜드 매장은 거의 없었고, 매출의 98%를 북미 지역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볼렌 CEO는 라이선싱 대신 여성용 기성복과 액세서리에 사업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여러 기업에 오스카 드 라 렌타 상품권을 빌려주는 게 수익성은 높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국제적인 브랜드 명성을 쌓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지역에도 매장을 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업 전략을 바꾼 지 약 10년 만에 연간 수입이 여섯 배로 뛰었다. 북미 이외 고객층도 크게 늘었다. 북미 매출이 60%, 이외 지역 매출이 40% 정도다. 볼렌 CEO는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중견기업 규모고, 이 덕분에 사업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십분 활용해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품업계 최초로 아마존 입점
볼렌 CEO는 지난 15일엔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공식 입점한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아마존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 회원을 상대로 아마존 앱을 통해 기성복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가 아마존에 입점한 첫 사례다. 아마존은 수년간 명품 브랜드 유치를 시도했으나 이전까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그간 럭셔리업계는 아마존과 손잡기를 주저해왔다. 대중을 상대로 온라인 유통에 나서는 것보다 ‘선별된 곳에서, 일부 고객에게만’ 직접 판매하는 게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에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프랑스 대표 명품기업 케링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이 아마존 입점을 거절했다.
반면 볼렌 CEO는 시대가 변한 만큼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아마 기존 오스카 드 라 렌타 소비자 거의 모두가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중 상당수가 프라임 회원일 것”이라며 “우리 고객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렌 CEO는 아마존과의 협업이 새 고객층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의 편의성도 높이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매장을 통한 명품 소매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아마존과 손을 잡은 이유다. 볼렌 CEO에 따르면 최근 오스카 드 라 렌타 매장의 수익률은 한 자릿수인 날도 더러 있지만, 온라인 판매 수익률은 30%에 달한다. 볼렌 CEO는 “아마존은 소매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며 “아마존 플랫폼을 쓰면 더욱 많은 고객에게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오스카 드 라 렌타를 알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