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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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치로 떨어진 화폐 유통속도
풀린 돈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건
기업활동 가로막는 규제 탓
돈 더 풀 생각만 하지 말고
기업환경 개선에 올인해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풀린 돈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건
기업활동 가로막는 규제 탓
돈 더 풀 생각만 하지 말고
기업환경 개선에 올인해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돈이 풀렸지만 실물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사람들이 돈을 지출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화폐의 유통속도 하락을 든다. 실제로 총통화(M2)의 유통속도가 올 2분기 0.63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한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풀린 돈을 움켜쥐고 있다는데 어떻게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나?
이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유통속도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화폐의 한 단위가 거래를 위해 지출되는 횟수를 말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거래된 금액을 화폐량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보통 유통속도를 계산할 때 거래량 대신 국내총생산(GDP)을 사용한다. 따라서 유통속도는 V = Py/M로 계산된다. 여기서 Py는 GDP, M은 통화량이다. 올 2분기 유통속도 0.63은 이 식에서 나온 것이다.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유통속도가 하락한 것을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통속도가 하락한 것은 통화량(분모)이 증가한 만큼 GDP(분자)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잘못을 범하는 이유는 화폐에 대한 수요와 사람들이 실제로 보유한 화폐의 양을 구분하지 못해서다. 화폐에 대한 수요는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화폐의 양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보유한 양은 ‘화폐 공급량’이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화폐를 공급할 경우 그것은 사람들에 의해 보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속도를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간 화폐량은 화폐의 공급량이지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화폐의 양, 즉 화폐 수요가 아니다. 유통속도 계산치가 하락한 것을 두고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화폐 공급량과 화폐 수요가 같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화폐 공급량을 늘리면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양보다 많아진다. 사람들은 보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화폐량을 처분하려고 한다. 처분 방법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대한 지출 등 매우 다양하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격 폭등은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것보다 많아진 화폐량을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구매하는 데 지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풀린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속도의 하락을 보고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유통속도의 계산식에서 분자가 왜 증가하지 않는지, 즉 왜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규제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다.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게 저축이다. 저축이 증가해야 도구와 기계 같은 자본재가 개선되고 늘어난다. 자본재가 증가해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 화폐는 교환을 용이하게 하는 교환의 매개체일 뿐이다. 화폐량을 늘리는 것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만 증가시킬 뿐 생산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생산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저축이 늘지 않는다. 저축이 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본재가 마모되거나 훼손돼 자본재가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생산이 증가하지 않는데 돈만 풀면 경제가 쇠퇴하게 된다. 화폐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요인이라면 이 지구상에 가난한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잘못된 진단에는 잘못된 처방이 따른다. 유통속도 하락을 화폐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라도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처방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처방은 돈 푸는 것을 자제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각종 세금을 줄이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실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돈만 계속 풀면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유통속도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화폐의 한 단위가 거래를 위해 지출되는 횟수를 말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거래된 금액을 화폐량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보통 유통속도를 계산할 때 거래량 대신 국내총생산(GDP)을 사용한다. 따라서 유통속도는 V = Py/M로 계산된다. 여기서 Py는 GDP, M은 통화량이다. 올 2분기 유통속도 0.63은 이 식에서 나온 것이다.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유통속도가 하락한 것을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통속도가 하락한 것은 통화량(분모)이 증가한 만큼 GDP(분자)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잘못을 범하는 이유는 화폐에 대한 수요와 사람들이 실제로 보유한 화폐의 양을 구분하지 못해서다. 화폐에 대한 수요는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화폐의 양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보유한 양은 ‘화폐 공급량’이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화폐를 공급할 경우 그것은 사람들에 의해 보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속도를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간 화폐량은 화폐의 공급량이지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화폐의 양, 즉 화폐 수요가 아니다. 유통속도 계산치가 하락한 것을 두고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화폐 공급량과 화폐 수요가 같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화폐 공급량을 늘리면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양보다 많아진다. 사람들은 보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화폐량을 처분하려고 한다. 처분 방법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대한 지출 등 매우 다양하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격 폭등은 사람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것보다 많아진 화폐량을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구매하는 데 지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풀린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속도의 하락을 보고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유통속도의 계산식에서 분자가 왜 증가하지 않는지, 즉 왜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규제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다.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게 저축이다. 저축이 증가해야 도구와 기계 같은 자본재가 개선되고 늘어난다. 자본재가 증가해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 화폐는 교환을 용이하게 하는 교환의 매개체일 뿐이다. 화폐량을 늘리는 것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만 증가시킬 뿐 생산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생산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저축이 늘지 않는다. 저축이 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본재가 마모되거나 훼손돼 자본재가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생산이 증가하지 않는데 돈만 풀면 경제가 쇠퇴하게 된다. 화폐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요인이라면 이 지구상에 가난한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잘못된 진단에는 잘못된 처방이 따른다. 유통속도 하락을 화폐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라도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처방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처방은 돈 푸는 것을 자제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각종 세금을 줄이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실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돈만 계속 풀면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