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유독 철학을 사랑한다. 서점가에는 철학을 삶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한 책이 즐비하다.

일본에서만 300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 부수를 기록한 《미움받을 용기(嫌われる勇)》는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책이다.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한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는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통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전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경영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야마구치 슈(山口周)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武器になる哲)》라는 책으로 살벌한 비즈니스 현장을 철학적 사고로 돌파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책은 일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시한 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18일 출간된 《철학은 이렇게 사용한다: 철학 사고 초입문(哲はこう使う 問題解決にく哲思考「超」入門)》은 ‘철학 프랙티스’를 주장하는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학 프랙티스는 미국에서 시작된 철학 컨설팅의 일종으로 “삶 속에서 철학한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철학 프랙티스를 연구한 호리코시 요스케(堀越耀介)는 학교와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적 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창조와 혁신을 달성하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오랜 연구와 강연의 결과물로 정답이 없는 시대에 왜 철학적 사고방식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직장생활과 대인관계를 비롯해 삶의 모든 고민과 망설임의 순간에 판단과 선택의 기준과 잣대가 돼주는 게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기업에서 ‘기업 전문 철학자’를 채용하고 있고, 일본 주요 기업에서도 경영에 철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브랜드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활로를 찾는 등 소위 ‘철학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 책은 철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네 가지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다. 세상의 수많은 소음에 유혹당하지 않고 중요한 신호를 포착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이해 능력’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깊이 이해하는 포용력을 기를 수 있다. 철학적 사고방식의 네 번째 능력은 ‘창조 능력’이다. 문제를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철학적 사고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정답을 맞히고 해답을 찾는 법을 배워 왔다. 제대로 질문하는 법은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떤 문제와 위기와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질문이다. 여러 철학적 질문을 통해 은연 중 회피해왔던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게 되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주변의 온갖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