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명절 연휴가 다가온다. 예년 명절에는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거나 고향에 내려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회포를 풀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명절 풍경을 단숨에 바꿔버렸다.

왕래가 많지 않던 가족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은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사람을 통해 옮기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장시간 밀접 접촉은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올해 추석을 계기로 명절 모습도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시대 건강하게 추석 명절을 보내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연휴 車여행 땐 휴게소 대신 도시락…독감백신 접종은 추석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해진 ‘집콕’

올해 추석연휴에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행동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는 은밀한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유행 초기보다는 확진자가 줄었지만 여전히 길에서 만나는 누군가를 통해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다. 만남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긴 연휴를 계속 집 안에서만 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가족이 매끼 식사를 챙기는 것부터 큰일이다. 활동력이 왕성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를 달래는 것부터 고된 노동이다. 이 때문에 추석연휴 동안 ‘집콕’ 계획을 세웠다면 집안에서 지루하게 보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여 영화관 가는 것을 즐겼다면 안방극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거실의 불을 모두 끄고 빔프로젝터 등을 활용해 영화관과 같은 분위기를 내보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먹던 팝콘이 그립다면 이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은 나트륨과 당분이 많이 들어 있다. 집에서 이런 성분을 줄여 만든다면 오히려 섬유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든 건강 간식이 된다.

재료를 하나만 바꿔도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팝콘용 알갱이 반 컵을 큰 냄비에 넣고 버터 대신 코코넛 오일 세 스푼을 얹는 것이 좋다”며 “뚜껑을 덮어 3분 정도 가열한 뒤 부풀어 오르면 소금을 뿌리면 된다”고 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해 시무룩한 아이들과 함께라면 거실에 작은 텐트를 쳐 ‘홈캠핑’ 분위기를 내보는 것도 좋다. 캠핑음식을 대신해 채소와 고기 등을 구워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 가정용 게임기 등을 활용해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콕족이라도 식후 바로 눕지 말아야

집콕 시간이 늘면 자연히 누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전진만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부적절한 자세가 오래 이어지면 몸과 어깨가 뻣뻣해지기 쉽다”며 “엎드리는 것보다 똑바로 눕는 것이 좋고 옆으로 눕는 자세가 편하다면 무릎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그 전에 누우면 위산 등 음식이 식도로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식사 후 바로 눕는 것은 금물이다. 밥을 먹은 뒤에는 설거지 등을 하면서 30분 정도 서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명절 음식과 간식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오랜 시간 집에 있으면 입이 심심해 간식을 찾게 된다. 간식을 적절히 섭취하면 과식과 폭식을 막을 수 있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열량이 높고 영양이 적은 간식을 많이 먹으면 영양 균형이 깨진다.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성장기인 아이들은 세 끼 식사와 함께 간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자, 초콜릿, 패스트푸드보다 칼슘과 칼륨을 보강하는 우유, 요거트, 고구마, 감자, 과일, 채소류를 섭취해야 한다.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도 소화 기능이 떨어져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양이 적기 때문에 간식이 영양 보충 수단이 된다”고 했다.

단백질이 많은 우유·치즈 등 유제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감자·고구마,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견과류도 도움이 된다. 다만 단맛이 강한 과일은 열량이 높고 혈당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여행 떠난다면 휴게소 이용보다 도시락

집에만 있기 어려워 밖으로 나간다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매일 만나는 가족끼리만 한공간에 있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기 때문이다.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는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여행 중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휴게소다. 하지만 올해는 가급적 휴게소 방문을 줄이는 것이 낫다. 차 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한곳에서 밀접 접촉을 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이용 등을 위해 휴게소를 찾는다면 마스크를 꼼꼼히 착용하고, 비누로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음식 등을 구입한다면 차 안에서 섭취해야 한다.

여행 중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미리 챙겨보는 것도 좋다. 현미, 닭가슴살, 두부 등 체중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활용하면 감염 위험을 줄이고 다이어트에 좋은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도시락을 쌀 때는 보랭백 등을 준비해 상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도시락을 실온에 2시간 넘게 방치하거나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중독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렁크에 아이스박스를 준비하지 않고 도시락만 덩그러니 넣는 것도 삼가야 한다.

명절 안부는 영상통화로

예년과 같이 고향집을 찾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고향에 간다면 감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예년처럼 가족, 친구 등을 만나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것보다 간소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향에 가면 인사를 드리고, 차례를 지낸 뒤 뒤풀이 없이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조용히 산책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코로나19는 평소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특히 위험하다. 만남을 줄여야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고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자칫 고령층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등 신체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가기 싫고 귀찮았던 귀성길인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으로 연락을 단절하는 것보다는 영상통화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살갑게 안부를 묻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코로나19와 싸워 이겨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연휴 車여행 땐 휴게소 대신 도시락…독감백신 접종은 추석 이후로
고령의 부모님 안부를 묻는다면 독감, 폐렴구균 등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감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 등을 고려하면 추석이 지난 10~11월께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다.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