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기념식은 상황 달랐음에도 일언반구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군 장병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고 국방 비전을 전했을 뿐, 공무원 피살 사태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했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북측 만행이 일어난 시점에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이었던 만큼 국국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 눈길이 쏠렸지만, 기념사 말미에서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을 한 것을 제외하면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태세를 지키는 데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며 "올해는 코로나와 자연재해라는 새로운 안보위협에 맞서 특별한 태세를 갖추느라 노고가 많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침수피해 지역에 달려가 복구에 앞장선 것도 우리 육해공군이다. 무엇보다 장병들 사이에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준 것을 치하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방개혁 2.0'을 완수하기 위한 국방중기계획 수립,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등 군 현안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우리 공무원을 향한 총격과 시신 유기 사건을 보고받고도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을 두고 비판 받았다.
그는 피살 사건 발생 약 3시간 뒤인 지난 23일 오전 1시26분(한국시간) 화상 회의 형태로 개최된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기상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사전 녹화분을 유엔으로 보냈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종 공무원이 북한에 총격을 받고 시신까지 불태워졌다는 보고를 22일 밤 청와대에 했지만 대통령 연설은 그보다 앞선 지난 15일 녹화돼 18일 유엔 현지에 보내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피살 사고를 대면보고 받은 직후인 23일 오전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도 "평화의 시기는 일직선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의 도발을 언급하거나 규탄하진 않았다. 또 유엔총회 연설과 달리 기념사 내용을 일부 수정하거나 피살 사고를 언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던 이날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