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뉴스] "저 먼저 퇴사합니다…이제 믿을 건 유튜브 뿐"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퇴사시 단톡방에 올리는 유명 '짤방'(유머를 위한 사진이나 동영상) 중 하나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사'의 캡쳐본인 이른바 '가영이짤'이라고 불리는 이 사진은 "나는 좋은 곳으로 갈 테니, 너희들도 '행복은' 해라"라는 의미와 퇴사의 후련한 마음을 위트 있게 전하는데 가장 적절한 이미지다. 겸업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 이미지를 사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영난으로 올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퇴사율은 줄었지만 폐업이 불가피한 업종의 직장인들은 해고, 권고사직의 공포에 놓여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지난 8개월간 3명 중 1명꼴로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자들 중 일부는 유튜브를 통해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명 '퇴사 브이로그'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만들어 퇴사 혹은 해고된 이유부터 실업수당을 받는 방법 등을 소개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뼈를 묻으려 했는데…10년 다닌 직장서 코로나19 때문에 해고"

유튜버 디콩의 퇴사 브이로그 /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유튜버 디콩의 퇴사 브이로그 /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유튜버 디콩은 "10년 다닌 직장에서 해고당했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친구들이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20대부터 긴 시간을 함께한 회사인데 끝이라는 게 있다"면서 "지난해 회사 사정이 안 좋았고 코로나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생 직장이라는 건 없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있었던 것 같다. 이직이나 자기계발을 하지도 않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추구해 온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뭘 믿고 이러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자책한다. 회사가 문을 닫는 거고,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필요 없는 기계부품이라 버려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디콩은 실업급여 문의를 하고 워크넷의 실업급여 온라인 교육을 받는 방법도 알려줬다. 내일채움공제를 받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는 모습도 담았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중견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으로 적립한 공제부금을 근로자가 5년 이상 장기재직할 경우 성과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성 공제사업이다.

네티즌들은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남겨 달라", "이번 계기가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코로나라도 갈 곳 있고, 갈 수 있다. 겁낼 필요 없다" 등의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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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동안 모텔 아르바이트,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 퇴근"

퇴사 후 심경을 전한 유튜버 로동복어. /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퇴사 후 심경을 전한 유튜버 로동복어. /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유튜브 로동복어는 "나는 오늘 잘렸다"라며 실직 브이로그를 올렸다. 모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그는 "20개월 동안 청소를 하며 다리를 부딪혔고 멍과 상처로 가득했다"고 소회했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을 구입한 한 그는 공원에서 '퇴사썰'을 풀어놨다. 로동복어는 "사장님이 가게를 내 놓은지 꽤 됐는데 코로나다 뭐다 해서 안 팔렸었다. 얼마전에 팔렸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 퇴근이 됐다"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 영상은 무려 145만 명이 봤다. 한 네티즌은 "처음엔 호기심으로 보게 됐는데 이 시대 젊은이의 아픔이 담겨 있다"면서 "누가 누굴 응원할 처지는 아니지만 화이팅"이라고 글을 남겼다.

퇴사 브이로그가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까닭은 가장 현실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해고나 폐업 공포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간단히 결정할 수 없는 '퇴직'이라는 일을 통해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의 2대 허언으로 '퇴사할 거야', '유튜버 할 거야'라는 말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직장과 유튜브를 병행하던 퇴사자들 중 전업 유튜버로 전향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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