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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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라.

바야흐로 '웹 콘텐츠'의 시대가 왔다. TV 브라운관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던 시절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작은 손바닥 안에서 손쉽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웹 콘텐츠에 시청자들이 반응하고 있다. 단, 각 타깃 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기발하고 신선한 소재와 아이디어는 필수 요소다.

◆ "네고합시다!"…소비자 마음 대변한 '네고왕'

사진='네고왕' 유튜브 화면 캡처
사진='네고왕'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피자 프랜차이즈인 반올림피자샵은 홈페이지와 앱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돼 소비자들에게 사과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에서 공개되는 '네고왕'에서 진행자인 광희가 반올림피자샵을 상대로 네고에 성공하면서 영상을 본 이들의 관심이 업체에 집중된 영향이었다.

막연히 '비싸다'고 생각해오던 것들에 대해 누군가 대신 나서 가격을 흥정해 주는 기특한 콘텐츠의 등장이라고 시청자들은 말한다. 소비자를 대표한다며 자신을 '네고왕'이라 일컫는 광희는 각 브랜드 대표들과 마주한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네고하자"며 과감하고 당찬 제안을 건네 웃음을 유발한다. '피자왕', '치킨왕', '아이스크림왕' 등 그 어떤 대표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광희의 모습이 콘텐츠의 기본이 된다.

구독자, 즉 소비자들의 의견이 변질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가정 하에 네고가 이루어진다. 각 브랜드 대표들을 만나기에 앞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의견을 묻고, 현재 제품이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각 지점이나 편의점 등을 방문하는 사전 조사 과정을 거친다. 회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직원들과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체험해보기 힘든 부분에 대한 대리 경험을 선사한다.

협상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흥미롭다. 기업으로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가격 문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건드렸을 때, 이를 수용하는 정도의 차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네고왕'만의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의 특성상 소비자는 가격 흥정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브랜드 차원에서는 홍보가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각 기업의 대표들은 네고 과정에서 자사 웹, 앱을 통한 이벤트를 적극 제안한다. 나아가 지난 11일 공개된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유료 광고가 포함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네고왕'의 효과가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네고왕' 첫 회에 나왔던 BBQ는 해당 영상이 공개된 이후 주말 동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유지했고, BBQ 검색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BBQ에 따르면 '네고왕' 이벤트로 자체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 수는 3일간 약 29만여 명에 달했다.

BBQ는 광희와의 협상 끝에 한 달 동안 7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는데 주말 동안 매출 65억 원을 기록, 이는 지난해 동기(2019년 8월 7~9일) 대비 88%, 지난해 8월 주말 매출 대비 44% 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단, 기업들은 막연한 홍보 효과를 노리기에 앞서 협상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소비자 니즈 파악, 이벤트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편사항 등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따른다. 협상 결과는 물론, 이벤트 진행 및 후 처리 과정 전체가 브랜드의 이미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동시에 '네고왕'에 대한 구독자들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고왕'의 구독자가 곧 소비자로 이어지는 구도다. 콘텐츠의 큰 파급력만큼이나 위험도도 높다는 점에 양측 모두 주의를 기울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본질 안에서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주린이도 할 수 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개미는 오늘도 뚠뚠' /사진=카카오M 제공
'개미는 오늘도 뚠뚠' /사진=카카오M 제공
"나라면 저렇게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떡락해서 슬픔을 안고 있었는데 웃고 갑니다", "어려운 주식을 이렇게 쉽게 풀어주다니!", "출연자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주식은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쉽게 주식 투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일부 주식 카페에서는 이미 재미있는 주식 콘텐츠가 나왔다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카카오TV에서 모닝 프로젝트로 선보이고 있는 '개미는 오늘도 뚠뚠' 이야기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는 망투자의 달인으로 잘 알려진 방송인 노홍철, 브레이크 없는 단타 개미인 가수 딘딘,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주린이' 김가영 기상 캐스터까지 모여 이들의 좌충우돌 주식 투자 스토리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아는 게 없는 상태로 투자 종목을 고민하는 모습부터 엉뚱하다 못해 황당한 매수 이유까지 주식러가 아닐지라도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쉴 틈 없이 폭소가 터진다.

여기에 올바른 정보와 기준을 제시해 주는 '삼프로TV' 김동환 프로, '슈카월드' 슈카의 가이드가 환상의 호흡을 완성한다. 단순히 재미를 추구한 '주식투자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주식에 관심 있는 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정보력을 더해 인포테인먼트의 형식을 갖췄다는 점에서 특히 호평을 얻고 있다.

단, 전문가는 절대적인 지휘자의 느낌이 아닌 친구 같은 조언자의 역할을 할뿐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또 참다 못해 이를 거스르기도 하는 출연자 삼인방의 각개전투 투자법이 곧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웃음 포인트이자 공감 포인트가 된다.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 /사진=카카오M 제공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 /사진=카카오M 제공
앞서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은 "'TV에서 하기 힘든 아이템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주식을 진짜 해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됐다"면서 "소재와 사람이 팔딱팔딱 살아 숨 쉬니까 리얼하면서 요즘 말로 '약빤' 재미가 나올 수 있겠더라. 실제 우리가 주식투자를 어떻게 시작하고 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계속 시청하면 정신없이 웃으면서 동시에 계좌를 트는 것부터 종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가 등의 올바른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 인기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첫 공개된 영상은 25일 카카오TV 기준 재생수 64만 회를 돌파했다. 제일 최근에 공개된 23일 영상은 무려 이틀 만에 재생수 33만 회를 넘겼다.

플랫폼인 카카오TV의 압도적인 성장세도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TV는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한 지 3주 만에 채널 구독자수 300만 명을 넘겼다. 특히 화면을 세로형에 맞추고, 콘텐츠 타깃을 MZ 세대로 설정하는 등 모바일 환경에 적극적으로 다가섰다는 점은 꾸준히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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