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여 '뜻 찾은' BBQ…美서 돼지고기로 오해해 소문자로 바꾸고 점도 찍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BBQ’는 본사 이름보다 브랜드명인 ‘BBQ치킨’으로 알려져 있다. 사명이 제너시스 BBQ란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

제너시스는 성경에 나와 있는 ‘창세기’를 뜻하는 단어다. 그리스어로는 기원, 발생, 시작이라는 의미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개척자로서 초심을 지키자는 뜻에서 지금도 사명에 제너시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명은 창업주인 윤홍근 회장(사진)과 친분이 있는 교회 목사가 창업을 축하하며 지어줬다고 한다.

윤 회장은 식품업체 미원(옛 대상그룹)과 미원에 인수된 닭고기 가공 유통회사 마니커에서 근무했다. 마니커는 1990년대 초 닭고기 생산량이 늘어나자 새로운 치킨 소비처를 발굴해야 했다. 윤 회장은 사내 벤처 형태로 치킨 전문점을 직접 시작했다(그는 마니커에서 퇴사할 때 자신이 키운 치킨 사업을 인수해 나갔다). 미원 본사에서는 신사업의 실패를 우려해 미원이나 마니커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했다.

BBQ는 뜻을 정하기 전에 약자부터 정했다. 치킨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인도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비인형 캐릭터 같은 친숙한 느낌을 주는 BB에 영어로 숯불구이를 뜻하는 바비큐의 의미를 합쳐 BBQ가 탄생했다. BBQ의 뜻은 처음에 ‘best and believable quality(최고이자 믿을 수 있는 품질)’로 지었다. 2008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어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best of the best quality(최상의 품질)’로 바꿨다.

BBQ치킨의 로고는 ‘bb.q’를 쓴다. 사연은 이렇다. 2008년 미국 진출 당시 미국에선 한국식 삼겹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로고를 BBQ라고 쓰자 삼겹살 전문점, 혹은 돼지 숯불구이 전문점으로 오해하는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소문자 ‘bbq’로 변경했다. 하지만 소문자로 써도 이런 인식에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bb와 q 사이에 점을 찍는 묘안을 냈다. bbq가 음식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고유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석좌교수였던 윌리엄 버빙턴 교수가 냈다. 14세 때 코닥의 로고를 만들어 유명해진 바로 그 디자이너다. BBQ는 이 교수에게 로고 자문을 구하는 데 1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회사가 미국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버빙턴 교수는 로고에 금색을 썼다. 올리브유를 튀김유로 쓴다는 의미를 담았다. 로고를 만들기 3년여 전인 2005년 BBQ는 업계 최초로 경화유(식물성기름) 대신 최상급 올리브유 ‘엑스트라 버진’을 튀김유로 쓰기 시작했다. 트랜스 지방 걱정이 없는 ‘황금올리브치킨’이란 메뉴를 만들어냈다. 올리브유를 튀김유로 쓰기 위한 연구개발에만 3년간 20억원을 들였다.

1995년 창업 당시 BBQ의 목표는 KFC였다. 한국에서만큼은 KFC를 넘어서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BBQ는 꿈을 이뤘다. 현재 KFC를 넘어 치킨업계에서 가장 많은 1400여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사명과 로고에 담긴 개척자 정신이 이뤄낸 결과다. 윤 회장은 지난 2일 창사 25주년 기념식에서 “2025년까지 전 세계에 5만 개의 가맹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