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도 비트코인 하던데"…정부 눈치에 숨죽인 은행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산하의 불개미리포트]
국민·신한銀 관계자 "가상자산 서비스 준비" 발표했지만
"회사 공식 입장 아냐…개인적 의견" 이상한 해명
업계 "분위기 바뀌었는데…정부 눈치에 사업 못 해"
국민·신한銀 관계자 "가상자산 서비스 준비" 발표했지만
"회사 공식 입장 아냐…개인적 의견" 이상한 해명
업계 "분위기 바뀌었는데…정부 눈치에 사업 못 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소속 관계자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수탁 사업에 대해 최근 "추진 계획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지난 7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 이미 해외 대형 은행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만은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가상자산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관계자들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은행들이 심각하게 뒤처진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한없이 소극적이고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한 은행관계자는 기자에게 "은행 공식 입장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면서 "회사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발표 중 하나는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과 조진석 KB국민은행 IT혁신센터장의 가상자산 수탁 사업 계획이었는데요.
장 본부장은 "디파이(가상자산 금융) 관점에서도 은행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은행이 디파이 분야에서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도적으로 준비가 된다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보관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 관점에서만 개발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가상자산 등 퍼블릭 블록체인(비트코인 등)을 쓸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비즈니스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조 센터장도 "올 봄에 JP모건이 미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제미니를 고객사로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면서 "미국에서는 연기금 또는 하버드, 스탠포드, MIT, 예일 대학 소유 펀드들이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우리도) 시장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는 최근 5년~10년 내 모든 자산들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화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프라임 브로커(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까지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련 사업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결말이 이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업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그저 일개 개인 또는 부서의 의견"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게다가 발표시간 전후로 만난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 공식 입장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회사에서 곤란해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들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업 계획을 공식화하긴 어렵다는 거죠.
정부는 2017년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거래 및 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조치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금융위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담은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 금융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제도권에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연사로 나선 정상호 델리오 대표이사는 "가상자산은 이미 금융 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이야기가 된다. 해외의 수많은 제도권 금융사들이 상당한 시도를 하면서 시장은 성숙해지고 있는데 이걸 인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려니 헛바퀴만 도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래소들이나, 기술 기업, 은행의 수탁 서비스, 지갑 업체, 교육기관, 리서치 기관, 마케팅 기관, 기관투자자 등이 두터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부정하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이미 산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 기준에 맞춘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가 주요 골자인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완화될 것"이라면서 "국회는 특금법에서 멈추지 않고, 가상자산 및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가상자산 투자자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09월 27일(00:00) 블록체인·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블루밍비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지난 7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 이미 해외 대형 은행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만은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가상자산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관계자들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은행들이 심각하게 뒤처진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한없이 소극적이고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한 은행관계자는 기자에게 "은행 공식 입장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면서 "회사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귀띔했습니다.
"JP모건마저 비트코인 거래소와 협업하는 마당에"…은행 관계자의 탄식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과 한국가상자산금융협회(KCFA) 주최로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토파즈홀에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가 열렸는데요. 이 세미나에선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규제를 넘어 진흥을 이끌어보자"는 기조 하에 각종 발표가 이어졌습니다.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발표 중 하나는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과 조진석 KB국민은행 IT혁신센터장의 가상자산 수탁 사업 계획이었는데요.
장 본부장은 "디파이(가상자산 금융) 관점에서도 은행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은행이 디파이 분야에서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도적으로 준비가 된다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보관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 관점에서만 개발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가상자산 등 퍼블릭 블록체인(비트코인 등)을 쓸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비즈니스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조 센터장도 "올 봄에 JP모건이 미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제미니를 고객사로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면서 "미국에서는 연기금 또는 하버드, 스탠포드, MIT, 예일 대학 소유 펀드들이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우리도) 시장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는 최근 5년~10년 내 모든 자산들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화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프라임 브로커(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까지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련 사업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업 계획 발표 해놓고…정부 눈치에 “회사 공식 입장은 아냐” 이상한 해명
은행 관계자들, 그것도 나름 고위 인사들이 가상자산 사업 계획에 대해 발언을 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았으며 수준 높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그런데 결말이 이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업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그저 일개 개인 또는 부서의 의견"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게다가 발표시간 전후로 만난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 공식 입장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회사에서 곤란해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들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업 계획을 공식화하긴 어렵다는 거죠.
정부는 2017년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거래 및 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조치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금융위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담은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 금융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제도권에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가상자산, 이미 하나의 산업…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문제의 시작"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원인에 대해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상자산은 이미 수 백조원 규모의 산업이 됐는데, 산업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진 채로 다루려다 보니 엉뚱한 소리만 나온다는 겁니다.이날 세미나의 연사로 나선 정상호 델리오 대표이사는 "가상자산은 이미 금융 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이야기가 된다. 해외의 수많은 제도권 금융사들이 상당한 시도를 하면서 시장은 성숙해지고 있는데 이걸 인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려니 헛바퀴만 도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래소들이나, 기술 기업, 은행의 수탁 서비스, 지갑 업체, 교육기관, 리서치 기관, 마케팅 기관, 기관투자자 등이 두터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부정하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이미 산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 기준에 맞춘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가 주요 골자인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완화될 것"이라면서 "국회는 특금법에서 멈추지 않고, 가상자산 및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가상자산 투자자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09월 27일(00:00) 블록체인·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블루밍비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