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피살→23일 아침 보고→24일 오전 발표…너무 늦었던 '文 36시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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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보고받고도 구조 지시 안 내려
A씨 사망 후 열린 긴급회의도 불참
A씨 사망 발표 당일 아카펠라 공연 관람하기도
A씨 사망 후 열린 긴급회의도 불참
A씨 사망 발표 당일 아카펠라 공연 관람하기도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현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군은 이런 장면을 관측장비로 확인하고 6시간 가량이나 실시간으로 지켜봤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군이 A씨의 피살 시점부터 대통령 직접 대면 보고까지 10시간 가까이 걸린 점, 청와대 긴급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한 점, 국방부의 공식 발표까지 36시간이나 경과한 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감 메시지가 지난 24일 오후 늦게야 나온 점 등도 도마에 올랐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지금은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북한이 A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은 지난 22일 밤 10시10분경이지만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정식으로 발표한 것은 24일 오전 10시40분이었다. 무려 3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보수 야권에선 정부가 23일 문재인 대통령 유엔 연설을 위해 발표 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발표 시기를 늦춘 것은)이 사건이 정말 사실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도 논란이 됐다.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보고받은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종전선언 연설은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에 보냈다"며 "수정할 상황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도 북한에 대한 경고없이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 국민이 총에 맞아 죽고 시신이 불태워졌는데 북한에 구애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북한 인권에 눈감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마저 외면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하셨어야 할 말은 공허한 종전선언이 아니다. 북한의 인권 만행, 우리 국민 살인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그에 상응한 대응조치를 천명하셨어야 한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 자격도 없다"고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지역에서 부유물에 탑승한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발견됐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A씨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은 돌연 단속정을 현장으로 보내 약 6시간 만인 오후 9시40분께 A씨에게 총을 쐈다. 오후 10시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군은 이런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바로 (A씨를)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초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A씨가)아직 살아 있었으니, 그때 북에다 구조 요청을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작년 8월에 이미 김정은이 국경에서 월경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우리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생존을 보고받고도 구출지시를 안했다"며 분노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방위 긴급 현안보고 중인데 울화통이 터진다. 문 대통령이 실종 국민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6시36분이다. 이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살아있었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결국 국방부는 3시간 뒤인 9시40분경 우리 국민이 총살되고 불태워지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며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시신까지 훼손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는 대통령을 보면서 참 절망스럽다"고 했다. 역시 국방위 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9월 23일 0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의원은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옹호하기 위해)무슨 궤변을 늘어 놓을까"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 공개 당일 오후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연을 관람한 것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행사의 일환이었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일정으로는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행사 축전을 게시한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으로 몰려가 항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5일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빠졌는데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군이 A씨의 피살 시점부터 대통령 직접 대면 보고까지 10시간 가까이 걸린 점, 청와대 긴급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한 점, 국방부의 공식 발표까지 36시간이나 경과한 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감 메시지가 지난 24일 오후 늦게야 나온 점 등도 도마에 올랐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지금은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북한이 A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은 지난 22일 밤 10시10분경이지만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정식으로 발표한 것은 24일 오전 10시40분이었다. 무려 3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보수 야권에선 정부가 23일 문재인 대통령 유엔 연설을 위해 발표 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발표 시기를 늦춘 것은)이 사건이 정말 사실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도 논란이 됐다.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보고받은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종전선언 연설은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에 보냈다"며 "수정할 상황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도 북한에 대한 경고없이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 국민이 총에 맞아 죽고 시신이 불태워졌는데 북한에 구애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북한 인권에 눈감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마저 외면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하셨어야 할 말은 공허한 종전선언이 아니다. 북한의 인권 만행, 우리 국민 살인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그에 상응한 대응조치를 천명하셨어야 한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 자격도 없다"고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지역에서 부유물에 탑승한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발견됐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A씨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은 돌연 단속정을 현장으로 보내 약 6시간 만인 오후 9시40분께 A씨에게 총을 쐈다. 오후 10시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군은 이런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바로 (A씨를)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초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A씨가)아직 살아 있었으니, 그때 북에다 구조 요청을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작년 8월에 이미 김정은이 국경에서 월경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우리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생존을 보고받고도 구출지시를 안했다"며 분노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방위 긴급 현안보고 중인데 울화통이 터진다. 문 대통령이 실종 국민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6시36분이다. 이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살아있었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결국 국방부는 3시간 뒤인 9시40분경 우리 국민이 총살되고 불태워지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며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시신까지 훼손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는 대통령을 보면서 참 절망스럽다"고 했다. 역시 국방위 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9월 23일 0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의원은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옹호하기 위해)무슨 궤변을 늘어 놓을까"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 공개 당일 오후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연을 관람한 것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행사의 일환이었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일정으로는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행사 축전을 게시한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으로 몰려가 항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5일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빠졌는데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사건 일지
▶ 9월21일 (월)
오전 11시30분 군, 해양수산부 소속 관공선 승조원 1명 실종 신고 접수.
오후 1시50분 해경, 해군, 해수부 선박 20척 및 해경 항공기 2대 해상정밀수색 실시.
오후 6시∼ 대연평도,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 정밀 수색.
▶ 9월22일 (화)
오후 3시30분 한국 군,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한 실종자 최초 발견한 정황 입수.
오후 4시40분 (한국 군 분석 결과) 북한군,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와 일정 거리 떨어진 상태로 실종자의 표류 경위 확인. 월북 진술 청취.
오후 6시36분 대통령에 관련 사실 1차 서면 보고.
오후 9시40분 북 단속정, 상부 지시에 따라 실종자에 사격.
오후 10시 북한군, 방독면 및 방호복 착용한 채 시신에 접근해 불 태움. 연평도에 있는 한국 군 감시 장비도 오후 10시11분께 불꽃 포착. 시신 불태우는 상황 관측.
오후 11시∼자정 사이 군, 해당 사실 국방부 장관에 보고.
▶ 9월23일 (수)
오전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 문재인 대통령 불참.
오전 1시26분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연설에서 종전 발언(녹화분 방송).
오전 8시30분경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대면 보고.
오후 4시35분 유엔사와 합의 아래 북측에 대북 전통문 발송. 실종 사실 통보. 북에 이와 관련된 사실을 조속히 통보해 줄 것을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음.
▶ 9월24일 (목)
오전 10시40분 국방부 A씨 사망 공식발표.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참석.
오후 3시경 청와대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오후 5시20분경 문재인 대통령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