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편한 운동화가 되레 발 건강 망친다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발끝이 올라간 '발가락 스프링'
오래 걸어도 덜 피곤하지만
관절·주변 근육 덜 사용하게 돼
기능 떨어지고 염증 생길 수도
오래 걸어도 덜 피곤하지만
관절·주변 근육 덜 사용하게 돼
기능 떨어지고 염증 생길 수도
발이 편한 신발이 의외로 발 건강을 망가뜨릴 수 있다. 러닝화의 발끝은 대부분 살짝 위로 올라가 있다. 이런 구조를 ‘발가락 스프링’이라고 한다. 발가락 스프링은 발가락 아래쪽 관절과 근육의 운동량을 줄여줘 발의 부담을 덜어준다. 발의 피로도도 작다. 그런데 이렇게 끝이 올라간 운동화가 장기적으로는 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독일 켐니츠공과대 연구진은 운동화의 발끝이 많이 올라가 있는 운동화일수록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불러올 확률이 높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 9월 27일자에 밝혔다.
연구진은 지면에서부터 운동화 발끝의 각도가 10도, 20도, 30도, 40도일 때 발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발가락과 발 몸체를 이어주는 중족지절(MTP) 관절에 집중했다. 걸을 때 접히는 부분에 있는 관절로 잘못된 보행을 지속하면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걸을 때 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을 떼려고 발뒤꿈치를 드는 순간 발등이 아치형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족부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아올리기 기전’이라고 부른다. 엄지발가락의 MTP 관절이 젖혀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힘줄이 아치형으로 늘어나 팽팽해진다. 이 과정에서 MTP 관절이 많이 젖혀질수록 발의 피로도는 커진다. 만약 발끝이 올라간 운동화를 신으면 발가락 힘으로 젖혀야 하는 관절을 신발이 대신 젖혀주고 있기 때문에 발가락을 덜 움직여도 된다. 그만큼 발은 편해진다.
연구진은 발끝이 10도, 20도, 30도, 40도 올라간 신발을 신고 보행 시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 즉 관절의 가용 범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맨발일 때보다 10도 올라간 신발을 신었을 때 발등 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29.42% 줄어들었다. 신발의 발끝이 올라갈수록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는 줄어들어, 발끝이 40도 올라간 신발은 10도 올라간 신발보다 최대 15.92% 감소했다. 발끝이 많이 올라간 신발일수록 발가락 관절을 덜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다.
발에 힘이 덜 들어가다 보니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걸어도 비교적 덜 피곤하다. 하지만 이렇게 발의 관절과 주변 근육을 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MTP 관절을 계속 젖힌 상태로 걸어다니다 보면 발가락 근육은 늘어난 상태로, 발등의 힘줄은 수축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발바닥의 다른 부분에 부담이 가게 돼 족저근막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프레디 시슈팅 독일 켐니츠공과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런 작은 근육 활동의 차이가 하루에 4000~6000보 정도 걷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계속 착용하면 근육과 관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독일 켐니츠공과대 연구진은 운동화의 발끝이 많이 올라가 있는 운동화일수록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불러올 확률이 높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 9월 27일자에 밝혔다.
연구진은 지면에서부터 운동화 발끝의 각도가 10도, 20도, 30도, 40도일 때 발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발가락과 발 몸체를 이어주는 중족지절(MTP) 관절에 집중했다. 걸을 때 접히는 부분에 있는 관절로 잘못된 보행을 지속하면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걸을 때 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을 떼려고 발뒤꿈치를 드는 순간 발등이 아치형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족부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아올리기 기전’이라고 부른다. 엄지발가락의 MTP 관절이 젖혀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힘줄이 아치형으로 늘어나 팽팽해진다. 이 과정에서 MTP 관절이 많이 젖혀질수록 발의 피로도는 커진다. 만약 발끝이 올라간 운동화를 신으면 발가락 힘으로 젖혀야 하는 관절을 신발이 대신 젖혀주고 있기 때문에 발가락을 덜 움직여도 된다. 그만큼 발은 편해진다.
연구진은 발끝이 10도, 20도, 30도, 40도 올라간 신발을 신고 보행 시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 즉 관절의 가용 범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맨발일 때보다 10도 올라간 신발을 신었을 때 발등 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29.42% 줄어들었다. 신발의 발끝이 올라갈수록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는 줄어들어, 발끝이 40도 올라간 신발은 10도 올라간 신발보다 최대 15.92% 감소했다. 발끝이 많이 올라간 신발일수록 발가락 관절을 덜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다.
발에 힘이 덜 들어가다 보니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걸어도 비교적 덜 피곤하다. 하지만 이렇게 발의 관절과 주변 근육을 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MTP 관절을 계속 젖힌 상태로 걸어다니다 보면 발가락 근육은 늘어난 상태로, 발등의 힘줄은 수축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발바닥의 다른 부분에 부담이 가게 돼 족저근막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프레디 시슈팅 독일 켐니츠공과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런 작은 근육 활동의 차이가 하루에 4000~6000보 정도 걷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계속 착용하면 근육과 관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