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어도 덜 피곤하지만
관절·주변 근육 덜 사용하게 돼
기능 떨어지고 염증 생길 수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독일 켐니츠공과대 연구진은 운동화의 발끝이 많이 올라가 있는 운동화일수록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불러올 확률이 높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 9월 27일자에 밝혔다.
연구진은 지면에서부터 운동화 발끝의 각도가 10도, 20도, 30도, 40도일 때 발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발가락과 발 몸체를 이어주는 중족지절(MTP) 관절에 집중했다. 걸을 때 접히는 부분에 있는 관절로 잘못된 보행을 지속하면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걸을 때 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을 떼려고 발뒤꿈치를 드는 순간 발등이 아치형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족부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아올리기 기전’이라고 부른다. 엄지발가락의 MTP 관절이 젖혀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힘줄이 아치형으로 늘어나 팽팽해진다. 이 과정에서 MTP 관절이 많이 젖혀질수록 발의 피로도는 커진다. 만약 발끝이 올라간 운동화를 신으면 발가락 힘으로 젖혀야 하는 관절을 신발이 대신 젖혀주고 있기 때문에 발가락을 덜 움직여도 된다. 그만큼 발은 편해진다.
연구진은 발끝이 10도, 20도, 30도, 40도 올라간 신발을 신고 보행 시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 즉 관절의 가용 범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맨발일 때보다 10도 올라간 신발을 신었을 때 발등 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29.42% 줄어들었다. 신발의 발끝이 올라갈수록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는 줄어들어, 발끝이 40도 올라간 신발은 10도 올라간 신발보다 최대 15.92% 감소했다. 발끝이 많이 올라간 신발일수록 발가락 관절을 덜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다.
발에 힘이 덜 들어가다 보니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걸어도 비교적 덜 피곤하다. 하지만 이렇게 발의 관절과 주변 근육을 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MTP 관절을 계속 젖힌 상태로 걸어다니다 보면 발가락 근육은 늘어난 상태로, 발등의 힘줄은 수축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발바닥의 다른 부분에 부담이 가게 돼 족저근막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프레디 시슈팅 독일 켐니츠공과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런 작은 근육 활동의 차이가 하루에 4000~6000보 정도 걷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계속 착용하면 근육과 관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