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베네수엘라의 국채비율은 지금도 20%대에 불과하며 국채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은 완전한 가짜뉴스"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지사의 이런 주장은 홍준표 의원이 지난 23일 SNS에 "이재명식 국정운영은 베네수엘라 급행열차"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베네수엘라는 복지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석유의존 단순 취약 경제 체제, 부정부패, 저유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경제가 악화된 것"이라며 "복지를 늘린 북유럽은 왜 흥했을까"라고 했다.
이 지사의 주장처럼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3%(2017년 기준)이다. 베네수엘라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국가채무 비율이 낮다. 빚을 내지 않아도 재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13.2%), 러시아(28%) 등이 낮은 국가채무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경제가 폐쇄적일수록 국채비율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베네수엘라조차 한때 국가채무 비율이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사가 일부 유리한 팩트만 끌고 와서 전체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남미의 포퓰리즘은 빚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며 "유가가 높을 때 일시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지출을 늘린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베네수엘라 사례를 드는 것은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를 위해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복지를 늘린다며 정부 지출 대신 화폐 발행을 남발한 점도 국채비율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8년 169만8488%, 지난해에는 7374%에 달했다.
이 지사는 복지를 늘린 북유럽을 거론하며 복지 확대는 국가 부도와 상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그만큼 많은 세금을 거둬들인다. 덴마크(45.9%)나 스웨덴(34.3%), 핀란드(31.2%)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