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4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융합에 융합이 중첩된 재융합의 시대로, 변화의 속도와 방향성은 상상하기도 힘들죠.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대학 교육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준비하는 대학만 살아남는다》를 펴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고등교육연구소장·72·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의 미래를 두고 다소 어두운 진단을 내놨다.

이 석좌교수는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은 그동안 해오던 교육 방식만 고수하며 필요한 인재를 제때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까지 산술적으로 50개 대학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 교육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5차 산업시대가 오기도 전에 ‘대학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종말을 막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한양대 학교법인인 한양학원의 김종량 이사장과 공동 집필한 《준비하는 대학만 살아남는다》에서 ‘갑각류 곤충이 껍질을 벗는 탈각(脫殼)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탈각의 주체는 대학과 학생, 학부모다.

이 석좌교수는 “대학은 교육과정과 교육방법, 교육내용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이 그때그때 다른 4·5차 산업사회에선 고정된 교육과정을 4년 동안 배워 학위를 이수하는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3~6개월 집중·단기 학위제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단기 학위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석좌교수는 또 “학생과 학부모는 ‘명문대에 진학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학자가 5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 2030년이면 오늘날 직업의 70%, 보수적으로 잡아도 40%의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라질 직업 대부분이 판사, 의사, 변리사 등 2020년의 학부모와 학생이 선호하는 직업군인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대 총장, 상명대 총장을 지낸 그는 2015년부터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장을 맡아 한양대 및 국내외 대학의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준비하는 대학만 살아남는다》에는 고등교육연구소에서의 연구 및 수십 차례의 회의 결과가 담겨 있다.

“해외 대학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한국 대학은 학생을 몇 명 충원할지, 정부 재정 지원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매달리고 있어요. 원격교육이 일상화되면 수험생이 한국 대학에 입학할 유인은 줄어듭니다. 이제 우리 대학들은 혁신과 현상 유지 사이의 갈림길에 섰어요. 그런데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아요.”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