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와 무관한 315社도 잡겠다"…정권 바뀌자 돌변한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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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추진
총수일가 지분율 20% 넘는
회사의 자회사도 규제 대상
간접지분율까지 내세워 옥죄기
총수일가 지분율 20% 넘는
회사의 자회사도 규제 대상
간접지분율까지 내세워 옥죄기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보도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란 표현이다.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내부거래액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사각지대 기업’의 사명과 지분구조를 낱낱이 공개한다.
최근 공정위는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총수 지분 0%’ 기업들까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넣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기업 내부거래에 대한 색안경을 낀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의 자회사(지분율 50% 이상)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조항을 개정안에 끼워넣었다. 이 경우 삼성카드 등 총 358곳이 공정위 조사 대상 목록에 추가되는데, 이들 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이 아예 없거나(315곳) 지분율이 10% 미만인 곳(28곳)이 95.8%다.
공정위는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첫 번째 이유로 “총수일가가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총수일가가 A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고, A사가 B사 지분을 70% 보유하고 있다면, 총수일가의 B사에 대한 간접지분율이 21%(0.3×0.7)이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과잉 규제란 비판이 나온다. 우선 간접지분율을 규제 근거로 도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란 지적이다. ‘총수 일가-A사-B사’로 연결되는 지배 구조에서 총수가 간접지배를 통해 B사로부터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근거를 공정위가 증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땐 ‘간접지분율’을 내세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2017년 초 공정위 최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시시각각 변하는 간접지분율을 통해 기업을 규제하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사각지대 기업의 내부거래가 많다’는 공정위의 규제 대상 기업 확대 주장에 대해서도 ‘편향된 시각에 근거했다’는 반론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변호사)은 “사업 효율성 등을 따져 그룹 계열사들이 내부거래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그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최근 공정위는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총수 지분 0%’ 기업들까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넣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기업 내부거래에 대한 색안경을 낀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지분 없어도 ‘규제 대상’
27일 정부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직접 보유한 상장·비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등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30% 미만’ 상장사 30곳이 규제 대상에 추가된다.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의 자회사(지분율 50% 이상)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조항을 개정안에 끼워넣었다. 이 경우 삼성카드 등 총 358곳이 공정위 조사 대상 목록에 추가되는데, 이들 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이 아예 없거나(315곳) 지분율이 10% 미만인 곳(28곳)이 95.8%다.
공정위는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첫 번째 이유로 “총수일가가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총수일가가 A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고, A사가 B사 지분을 70% 보유하고 있다면, 총수일가의 B사에 대한 간접지분율이 21%(0.3×0.7)이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과잉 규제란 비판이 나온다. 우선 간접지분율을 규제 근거로 도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란 지적이다. ‘총수 일가-A사-B사’로 연결되는 지배 구조에서 총수가 간접지배를 통해 B사로부터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근거를 공정위가 증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땐 ‘간접지분율’을 내세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2017년 초 공정위 최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시시각각 변하는 간접지분율을 통해 기업을 규제하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효율성 따져 내부거래
공정위의 논리를 인정해 간접지분율로 계산하더라도 358개사 중엔 총수일가 간접지분율이 사익편취 규제 관련 총수의 지분율 기준인 ‘20%’에 못 미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8%인 삼성생명이 지분 71.8%를 들고 있는 삼성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총수일가의 삼성카드 직접지분율은 0%고 간접지분율은 약 14.9%(0.208×0.718)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카드는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들어간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 감시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조사가 시작되면 1~2년 시달리는 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사각지대 기업의 내부거래가 많다’는 공정위의 규제 대상 기업 확대 주장에 대해서도 ‘편향된 시각에 근거했다’는 반론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변호사)은 “사업 효율성 등을 따져 그룹 계열사들이 내부거래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그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주사 장려책과 거꾸로”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를 장려한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들은 ‘총수일가-총수일가가 지분 20~30%를 가진 지주사-지주사의 자회사’로 이어지는 소유구조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지주사 소속 자회사 대부분이 공정위 감시 대상에 들어간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를 장려했던 공정위에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