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담보' 성동일 "코로나19 이후 배우들 '아사'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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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영화 '담보'
성동일 "가족이란 내 충전소"
"연기에 힘 빼고, 자연스럽게 다가갔죠"
성동일 "가족이란 내 충전소"
"연기에 힘 빼고, 자연스럽게 다가갔죠"
코로나19 이후 영화계는 정말 '아사'(餓死) 상태입니다. 저희는 의료보험도, 퇴직금도 없죠. 어느 정도냐면 배우들끼리 서로 '바쁘다'는 소리는 절대 안 해요. 조심스럽거든요. 모 배우는 여섯 작품을 찍었는데 아무것도 개봉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개봉이 돼야 다음 영화가 투자를 받고 들어가는데… '담보'가 이렇게 추석을 맞아 개봉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쁩니다.성동일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배우다. 특유의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난 9월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강대규 감독)를 통해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를 선보인다. 까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을 본 성동일의 자녀들은 “아빠와 똑같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못 받은 출연료만 9800만 원, 약속 꼭 지켜달라"
'담보'는 개봉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개봉 연기를 거듭하다 추석을 맞아 선보이게 됐다.성동일은 "배우들 정말 어렵다. 예를 들어 1월에 캐스팅 결정을 하면 시간을 비워 놓는다. 그런데 투자를 못 받으면 시간을 버리게 된다. '입금돼야 연기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데,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붓을 꺾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단어는 못 써서 가장으로서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출연료를 못 받은 게 정확하게 9800만 원이다. 10년 전 출연료인데 이제 그걸 누구한테 받냐"면서 "내가 모든 배우를 대변하진 않지만,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약속 지켜달라'고 꼭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은실이' 양정팔 역으로 '빨간 양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야인시대', '추노', '응답하라' 시리즈, 자녀 성준, 성빈과 함께한 예능 '아빠 어디가?'를 통해 친숙한 연예인으로, 신 스틸러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데뷔 29년 차, 성동일은 아직도 '연기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를 해서 대박을 내고 안내고는 중요하지 않다. 조금씩 배워서 나이 먹어서는 '성동일 연기는 못해도 꾸준히 자기 할 일 하고 살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면서 "멋있고 그런것 보다는 내가 즐기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힘 빼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연기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죠"
영화 '담보'는 빚을 받으러 갔던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우연히 한 아이 승이(아역 박소이, 성인 역 하지원)를 담보로 맡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하모니'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통찰력을 입증했던 강대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악연으로 만난 세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을 쌓아가며 조금씩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소중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따스한 힐링 에너지를 전한다.
'히말라야', '국제시장' 등 페이소스 진한 영화를 주로 제작한 JK필름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성동일은 "눈물을 유발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담보'는 절대로 먼저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계획했다. 그리고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극중 승이를 만나 나이 먹어가는 모습을 연기하는데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동네 아저씨다. 감정은 올라와도 절대로 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동일은 딸 부자다. 실제로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긴 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통해 만난 '개딸' 혜리, 고아라, 정은지 등이 있다. 이번엔 아역 승이 역에 박소이, 하지원을 딸로 만났다.
그는 "'담보'가 가장 어려웠다. '개딸'들 중 유일하게 친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고 갭이 제일 길다. 다른 아이들은 청소년 이상으로 연기하는데 '담보'의 승이는 9살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니 가장 키우기 힘든 딸이었다"고 귀띔했다.
승이 역의 박소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올해 8살인 박소이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담보’를 통해서 성인도 하기 힘든 집중도 높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
성동일은 "정말 제일 고생했다. 박소이는 촬영 현장이 에버랜드 같은 느낌이더라. 스태프들이 엄마보다 더 잘 놀아주니 촬영 기간 내내 엄마에게 가지도 않았다. 강 감독도 고생이 많았다. 박소이가 이해할 때까지 계속 연습하게 했다. 우리는 옆에서 기다려주고, 소이는 이해하고. 꼭 모니터도 확인하더라. 정말 잘 이겨냈다"고 치켜세웠다.
'츤키타카'(츤데레+티키타카, 무심한 척 챙겨준다는 뜻) 호흡을 맞춘 김희원에 대해서 "'미스터 고' 부터 친했는데 정말 이미지와 달랐다. 정말 효자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극소심한 A형이다. 남에게 신세 지는 것 싫어하고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 희원이는 술을 안 먹는 사람인데도 절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자식은 인생의 척도…작은 그늘 되어줄 것"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성동일은 "진짜 없다"고 솔직 고백했다. 그는 "연기 자체가 욕심이 없는 연기이지 않나? 내 꿈은 신구 선배처럼 끝까지 즐기면서 가는 거다. 후배들이 '연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데 내가 그거 알면 빌딩이 몇 채는 있을 거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그는 굳이 이미지 변신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동일은 "배우의 약점은 정답을 알고 시작한 거다. 답을 알고 들어간 애는 꼭 틀린다. 후배들에게 '제발 거짓말을 잘 해라' 혹은 '장치 많은 순간 너는 범인'이라고 말해준다. 외국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부럽다. 그래서 '담보'에서 많은 장치를 뺐다. 흉내 한번 내 봤으니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담보’는 가족을 재해석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성동일은 이에 대해 "부모가 바르고 현명한 생각을 가지고 바라봐 주는 게 해야 할 일이다. 자식은 아침에 눈 떴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척도"라고 했다. 그는 "자식이 하나였으면 하나의 아버지 인생을 살았을 텐데, 세 명이니 세 명 분을 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저를 충전하게 한다. 가끔 짜증 내고 힘들어하지만 자식들에게 고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좋은 부모란, 자식에게 작은 그늘이 되어 주는 것 아닐까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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