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의 취미 생활이 누군가의 괴로움이 된다면 직장내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사회 초년생 A 씨의 고민이다.

A 씨는 올해 코로나19 시국을 뚫고 중견 기업에 입사했다. A 씨는 면접부터 '분위기 메이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발랄하고 명랑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최근엔 회사에서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욕이 앞서서 부장님과 선배들 앞에서 외국어 능력을 어필했어요. 그런데 B 부장님이 개인적으로 부르시더니 '내가 좋아하는 중국 배우 인터뷰인데, 해석해 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어렵기도 하고, 거절하기 어려워서 해드렸는데 그게 잘못이었나봐요."

이후 B 부장은 중국어로 된 팬페이지나 관련 기사 링크를 A 씨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업무를 배우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B 씨의 요청이 빈번해지자 회사 일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A 씨는 "'이건 너무 빨라 해석이 어렵다', '이건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좋게 몇 번 거절했더니 회식 자리에서 'A 씨는 중국어 잘한다고 하더니, 조금만 난이도가 올라가도 못 하나봐'라고 면박을 줬다"며 "차라리 업무를 이렇게 시키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개인적인 요구를 업무 시간에 요청하는 걸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라고 문의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냐"며 "같은 여자고, 저 역시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어서 B 부장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처음엔 좋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한없이 이기적인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여전히 직장내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72%가 '없다'고 답했다. '줄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고, '늘었다'는 응답도 8%나 나왔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설문조사에서도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느끼는 응답자의 비율은 53.5%로 절반 이상이라고 나타났다.

직장 내 갑질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는 모욕과 명예훼손(29.6%), 부당지시(26.6%), 업무 외 강요(26.2%)으로 답이 이어졌다. A 씨와 같은 업무 외 강요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는 것.

하지만 A 씨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회사나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단 3%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신고했지만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경우가 50.9%에 달했다.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비율도 43.3%였다.

때문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7월 9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을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조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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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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