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집값, 서울이랑 꼭 닮았다"…키 맞추기에 14.9억 거래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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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강남지역, 대출 제한선 놓고 줄다리기
마용성 같이 주변지역 집값 상승세 '확산'
다주택자 법인은 내놓고…3040세대는 사고
마용성 같이 주변지역 집값 상승세 '확산'
다주택자 법인은 내놓고…3040세대는 사고
"집값이 워낙 올랐으니까 다들 놀래죠", "전세 구하러 와다가 집 사는 30~40대분들 많습니다"….(세종시 현지 공인중개사들)
세종시 집값 상승세가 전셋값과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갭투자 물건과 법인투자 매물까지 나오는 가운데, 3040세대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패닉바잉'(공황구매)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서울에서의 집값 상승패턴이 '단기간' 재연되는 듯한 모습이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21일 기준) 지난해 3.69% 하락했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37.06% 상승했다. 전셋값은 지난해 5.74% 떨어졌지만, 올해에는 32.37% 올랐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오름세를 타던 세종시는 지난 7월 천도론이 부상되면서 더욱 급등했다. 천도론 직후에는 나성동, 새롬동 등 정부청사 주변에서 집값이 오르더니 8월 이후에는 고운동, 아름동, 도담동 등 주변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세종시와 인접한 조치원읍 일대까지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입주 13년차인 조치원 자이(1429가구)는 거래량이 몰리면서 이달 전용 84㎡에서 3억65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초 1억6750만원에 매매됐지만, 반년 만에 2억원가량이 오른 셈이다. 입주 13년차인 이 아파트는 그동안 1억 중후반~2억초반의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세종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올해들어 급등했다.
조형아파트와 번암주공 등은 1000만원 안팎이면 갭투자가 가능하고 e편한세상 세종, 신흥푸르지오, 현대아파트 등도 전세를 끼고 사면 5000만원 이하의 투자금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신흥리의 A공인 중개사는 "서울은 당연하고 대전, 청주, 세종시에서도 투자자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브랜드 아파트에 실거주 하려고 알아보는 젊은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내에서는 지역별로 차별화 현상이 나오고 있다. 세종의 강남이라 불리는 다정동 새롬동 일대에는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신고가가 등장하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은 주변 지역에서라도 매입할 아파트를 구하고 있다. 몇년 전 서울에서 강남집값 급등으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집값이 뒤를 이어 올랐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세종시 2~3생활권에서는 거래를 줄었지만, 신고가는 나오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생활권은 지난달부터 거래량과 신고가가 터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른바 집값의 '키 맞추기'가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대출 제한선을 두고 매매가가 몰려 있는 모습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서울에서 14억9900만원이나 8억9900만원의 거래가가 대거 나온바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세종시에서도 나오고 있다.
대출이 비교적 원활한 9억원 이하인 8억9000만원대에도 매매가 몰렸다. 지난달 다정동 힐스테이트 2차가 8억9950만원에 거래됐으며, 소담동 중흥S-클래스리버뷰도 8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도담동과 다정동, 일대에서는 8억7000만~8억9000만원대 거래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세종시 중심부에서는 대출상한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었던 고운동 일대에서는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고운동 B공인 중개사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달부터 거래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주택자나 법인들 매물들은 낮은 가격에도 매매가 가능하다보니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저가 매물들이 종종 나오면서 거래가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 고운동 이지더원 전용 107㎡는 지난 17일 8억12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달 전 거래가(5억5000만원)에 비해 2억6500만원이 오른 매매가다. 6억9500만원으로 전용 84㎡ 최고가를 최근 경신한 고운동 베르디움 역시 한달 전에 비해 1억3500만원 오른 매매가가 됐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물량은 90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법인 투자자들이 가진 주택에도 과표 기본 공제(6억원)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6·17 대책에 따라 내년 6월부터는 과표 기본 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전용 84㎡ 매물에 5억~6억원대가 섞여 있는 이유도 법인 매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공인 중개사는 "정부청사 일대에 똘똘한 한채를 놔두고 주변 아파트를 내놓는 분들도 많다"며 "다정동 새롬동 일대의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보니 고운동이나 한솔동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세종시는 분양가 상한제가 모두 적용돼 공급되다보니 시세차이도 크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전셋값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천도론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지역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세종시에는 강남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도담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걸국 주변에서 우려하던대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빨리 새 아파트가 공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세종시에서 빠른 시일내에 아파트가 분양 되어야만 기존의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이 늦어지면 1순위 적용자들이 늘어나는만큼 새로운 아파트를 받기 어렵다고 봐서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 월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세종시 주택 매매거래량은 2164건으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많았다. 7월(1666건)과 비교해 29.9% 늘었다. 지난달 전국에서 전달 대비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지역은 세종시가 유일했다.
세종시 주택을 구입한 열 명 중 일 곱 명 이상이 세종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세종시 전체 매매거래 중 현지 주민이 사들인 비중은 72.3%(1565건)였다. 7월 54.9%(1666건 중 914건)에 비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세종시 집값 상승세가 전셋값과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갭투자 물건과 법인투자 매물까지 나오는 가운데, 3040세대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패닉바잉'(공황구매)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서울에서의 집값 상승패턴이 '단기간' 재연되는 듯한 모습이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21일 기준) 지난해 3.69% 하락했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37.06% 상승했다. 전셋값은 지난해 5.74% 떨어졌지만, 올해에는 32.37% 올랐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오름세를 타던 세종시는 지난 7월 천도론이 부상되면서 더욱 급등했다. 천도론 직후에는 나성동, 새롬동 등 정부청사 주변에서 집값이 오르더니 8월 이후에는 고운동, 아름동, 도담동 등 주변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세종시와 인접한 조치원읍 일대까지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입주 13년차인 조치원 자이(1429가구)는 거래량이 몰리면서 이달 전용 84㎡에서 3억65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초 1억6750만원에 매매됐지만, 반년 만에 2억원가량이 오른 셈이다. 입주 13년차인 이 아파트는 그동안 1억 중후반~2억초반의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세종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올해들어 급등했다.
조치원 일대까지 갭투자 성행
갭투자도 몰리고 있다. 조치원역과 세종시 조치원청사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들에서 갭투자들이 팔고 나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천도론 직후 매수했다가 최근 매도를 해도 수천만원의 차익을 봤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신흥리 원리 주변은 이달부터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아직 '기회'(?)가 있다고 외지인을 설득하기도 했다. 서울의 집값이 오르면서 경기 남부권인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일대의 집값이 급등했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조형아파트와 번암주공 등은 1000만원 안팎이면 갭투자가 가능하고 e편한세상 세종, 신흥푸르지오, 현대아파트 등도 전세를 끼고 사면 5000만원 이하의 투자금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신흥리의 A공인 중개사는 "서울은 당연하고 대전, 청주, 세종시에서도 투자자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브랜드 아파트에 실거주 하려고 알아보는 젊은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내에서는 지역별로 차별화 현상이 나오고 있다. 세종의 강남이라 불리는 다정동 새롬동 일대에는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신고가가 등장하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은 주변 지역에서라도 매입할 아파트를 구하고 있다. 몇년 전 서울에서 강남집값 급등으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집값이 뒤를 이어 올랐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세종시 2~3생활권에서는 거래를 줄었지만, 신고가는 나오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생활권은 지난달부터 거래량과 신고가가 터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른바 집값의 '키 맞추기'가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대출 제한선을 두고 매매가가 몰려 있는 모습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서울에서 14억9900만원이나 8억9900만원의 거래가가 대거 나온바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세종시에서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거래가, 14.9억·8.9억원에 나와
국토교통부 실거개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보람동 중흥S-클래스 리버뷰(전용 109㎡)는 지난달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는 전용 98㎡와 107㎡에서 14억9900만원 매매가 각각 나왔다. 중대형 아파트가 14억~15억원에 거래가가 몰렸다면, 중형 아파트는 8억~9억원에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가 지난 7월 11억원을 찍은 이후로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새롬동 예미지, 대평동 신동아파밀리에 등이 줄줄이 9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9억원 선을 넘어선 단지들은 매물이 대부분 잠김 상태다.대출이 비교적 원활한 9억원 이하인 8억9000만원대에도 매매가 몰렸다. 지난달 다정동 힐스테이트 2차가 8억9950만원에 거래됐으며, 소담동 중흥S-클래스리버뷰도 8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도담동과 다정동, 일대에서는 8억7000만~8억9000만원대 거래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세종시 중심부에서는 대출상한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었던 고운동 일대에서는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고운동 B공인 중개사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달부터 거래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주택자나 법인들 매물들은 낮은 가격에도 매매가 가능하다보니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저가 매물들이 종종 나오면서 거래가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 고운동 이지더원 전용 107㎡는 지난 17일 8억12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달 전 거래가(5억5000만원)에 비해 2억6500만원이 오른 매매가다. 6억9500만원으로 전용 84㎡ 최고가를 최근 경신한 고운동 베르디움 역시 한달 전에 비해 1억3500만원 오른 매매가가 됐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물량은 90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법인 투자자들이 가진 주택에도 과표 기본 공제(6억원)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6·17 대책에 따라 내년 6월부터는 과표 기본 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전용 84㎡ 매물에 5억~6억원대가 섞여 있는 이유도 법인 매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공인 중개사는 "정부청사 일대에 똘똘한 한채를 놔두고 주변 아파트를 내놓는 분들도 많다"며 "다정동 새롬동 일대의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보니 고운동이나 한솔동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과 꼭 닮았다"…마용성 같이 내 집 찾아 퍼지는 3040세대
시장의 흐름이 서울의 집값 상승패턴과 비슷하자 전문가들도 천도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국가기관들을 세종시로 옮겨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국 세종시 및 일대까지 집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세종시의 집값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도 문제지만, 이번 상승으로 집값 차별화가 더 문제다"라며 "세종의 중심부와 외곽의 집값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세종시는 분양가 상한제가 모두 적용돼 공급되다보니 시세차이도 크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전셋값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천도론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지역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세종시에는 강남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도담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걸국 주변에서 우려하던대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빨리 새 아파트가 공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세종시에서 빠른 시일내에 아파트가 분양 되어야만 기존의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이 늦어지면 1순위 적용자들이 늘어나는만큼 새로운 아파트를 받기 어렵다고 봐서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 월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세종시 주택 매매거래량은 2164건으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많았다. 7월(1666건)과 비교해 29.9% 늘었다. 지난달 전국에서 전달 대비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지역은 세종시가 유일했다.
세종시 주택을 구입한 열 명 중 일 곱 명 이상이 세종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세종시 전체 매매거래 중 현지 주민이 사들인 비중은 72.3%(1565건)였다. 7월 54.9%(1666건 중 914건)에 비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