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일 새벽에 열린 긴급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고심의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29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고심의 시간은 국민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비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청와대가 서해 피격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긴 침묵을 '위기관리를 위한 고심의 시간'으로 묘사했다. 단호한 결정을 위한 결단의 시간으로 묘사한 것"이라며 "하지만 막상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해진 대국민 유감 표명은 무엇을 결단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맹탕 발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의 설명대로 대통령의 발언은 무거워야 하며, 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통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최종적 발언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고심의 시간만큼 내용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초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어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통지문에 대한 화답은 되었을지언정, 국민적 요구에는 전혀 응답하지 못한 내용으로 점철되었다"고 평가절하했다.

홍경희 부대변인은 "고민을 위해 시간을 길게 끌었다는 논리는 청와대의 해명치고는 너무나 저차원적이다. 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상황은 한시를 다투며 시급을 요하는 중차대한 상황"이라며 "청와대의 논리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무능력 7시간도 결단을 위한 숙고의 시간인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종전선언 결의도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상대방에게 실컷 매를 맞았는데 우리는 대꾸 한번 못하고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은 평화수호와는 거리가 먼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A씨가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오후 6시36분이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살아있었다.

우리 정부는 22일 10시경 A씨 사망을 확인한 후에도 공식 발표를 미루다 24일 오전 10시40분에야 해당 사실을 공개했다. 군의 첫 보고 후 약 40시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A씨 사망 후 당일 새벽에 열린 긴급회의에 불참했다.

전날(28일) 청와대는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안 되며,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 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NSC)심야회의는 새벽 2시30분 끝났고, 사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6시간 뒤 대통령께 정식보고 됐으며, 대통령은 첩보 또는 정보의 정확성과 이를 토대로 한 사실 추정의 신빙성을 재확인하고, 사실로 판단될 경우 국민들에게 그대로 밝히고 북한에도 필요한 절차를 구할 것을 지시했다"며 "대통령에 따르면 '사안이 너무도 중차대'했다. 거듭거듭 신뢰성이 있는 건지,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건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