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HSBC, 미·중 사이 줄타기하다 '시총 반 토막'…"아직 바닥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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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등 예민한 사안 놓고 '눈치보기'
매출·주주 비중 中·홍콩과 美·英으로 양분
"최근 10% 상승도 기술적 반등일 뿐" 분석
'연내 30% 하락' 배팅 늘기도
매출·주주 비중 中·홍콩과 美·英으로 양분
"최근 10% 상승도 기술적 반등일 뿐" 분석
'연내 30% 하락' 배팅 늘기도
영국계 글로벌은행 HSBC은 올들어 주가가 반토막났다. 홍콩 증시에선 50.3%, 영국 런던 증시에선 48% 하락했다. 날아간 시가총액은 약 800억달러(약 93조5500억원)에 달한다. 금융업 약세 탓이 아니다. 지난 6개월간 JP모간, 씨티은행 등 라이벌 기업은 주가가 1~3% 오른 반면, HSBC 주가는 45.9%(홍콩증시 기준) 빠졌다.
최근 HSBC 주가 폭락의 원인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 사이에서 ‘줄타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 예민한 정치 사안을 놓고 중간에 끼어 양쪽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올들어 부쩍 HSBC에 압박을 올리고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을 앞둔 지난 5월 말에도 HSBC가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최고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렁춘잉 부의장은 “HSBC의 중국 내 사업이 하루아침에 다른 은행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HSBC가 서방 각국의 방침을 따르겠다면 중국에서 돈을 벌어가게 그냥 놔둘 수 없는 일”이라고 엄포를 놨다.
HSBC가 홍콩보안법 지지를 공식 표명한 뒤 문제는 더 꼬였다. 환구시보는 자국 인사들을 인용해 “HSBC의 입장이 너무 늦게 나왔다”며 “앞으로 구체적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HSBC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에게 계속 금융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HSBC가 중국 당국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엔 “HSBC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데, 이렇게 비굴한 일을 해봤자 중국 정부의 존중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맹비난을 쏟아냈다.
주요 매출처도 중국·홍콩과 미국·영국으로 나뉜다. 지난해 실적 기준 홍콩과 중국 비중이 합 40.7%, 영국과 미국이 33%를 차지한다. 주요 주주 구성도 반반씩이다. 대주주도 중국·홍콩계와 미국·영국계가 거의 양분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핑안보험그룹은 지난 28일 HSBC은행 1080만주를 약 3억 홍콩달러(약 452억원)에 추가 매입해 8%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미국 블랙록은 7%대 지분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중국 편에 서기도 어렵다. 글로벌 금융기업이라 미 달러화 거래 의존도가 높아서다. 제프리 핼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ANDA) 수석 애널리스트는 “HSBC가 미국에 ‘미운털’이 박히면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체계에서 퇴출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늘려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미·중 딜레마’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시장은 HSBC의 하락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홍콩 파생상품시장에선 오는 12월 말까지 HSBC 주가가 18.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보는 상품이 HSBC 관련 옵션 중 두번째로 많이 거래됐다. 기존 대비 3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3일 27홍콩달러 선까지 내렸던 HSBC 주가는 지난 28일부터 30홍콩달러선을 회복했다. 핑안보험그룹이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고 알려진 뒤 주가가 반등했다.
그러나 증권가 반응은 차갑다. 홍콩 킹스턴 증권의 디키 웡 리서치본부장은 "이번에 주가가 회복한 것은 단순히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긴장 한복판에 있어 전망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투자자 일부도 회의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 홍콩증권거래소(HKEX) 부의장을 지낸 최첸포섬 홍콩 국가자원증권 회장은 “40년 넘게 HSBC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번엔 믿음을 잃었다”며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최근 HSBC 주가 폭락의 원인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 사이에서 ‘줄타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 예민한 정치 사안을 놓고 중간에 끼어 양쪽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美·中 “HSBC, 누구 편인지 선택하라”
HSBC는 최근 중국과 미국 당국의 제재를 각각 받을 수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주가가 25년래 최저치까지 밀렸다. 지난 19일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가 “HSBC가 중국 정부가 작성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엔 HSBC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과 불법 자금거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미국과 중국은 올들어 부쩍 HSBC에 압박을 올리고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을 앞둔 지난 5월 말에도 HSBC가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최고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렁춘잉 부의장은 “HSBC의 중국 내 사업이 하루아침에 다른 은행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HSBC가 서방 각국의 방침을 따르겠다면 중국에서 돈을 벌어가게 그냥 놔둘 수 없는 일”이라고 엄포를 놨다.
HSBC가 홍콩보안법 지지를 공식 표명한 뒤 문제는 더 꼬였다. 환구시보는 자국 인사들을 인용해 “HSBC의 입장이 너무 늦게 나왔다”며 “앞으로 구체적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HSBC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에게 계속 금융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HSBC가 중국 당국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엔 “HSBC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데, 이렇게 비굴한 일을 해봤자 중국 정부의 존중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맹비난을 쏟아냈다.
중국·서방 ‘반반 회사’
수많은 금융기업 중 유독 HSBC만 미·중 갈등 소용돌이를 크게 겪는 데엔 이유가 있다. HSBC는 중국·홍콩과 미국·영국의 영향력이 거의 반씩 뒤섞여 있는 회사라서다. HSBC의 원래 이름은 홍콩상하이은행이다. 1866년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에서 영국 상인들을 위해 출범했다. 1993년엔 홍콩 반환을 앞두고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주요 매출처도 중국·홍콩과 미국·영국으로 나뉜다. 지난해 실적 기준 홍콩과 중국 비중이 합 40.7%, 영국과 미국이 33%를 차지한다. 주요 주주 구성도 반반씩이다. 대주주도 중국·홍콩계와 미국·영국계가 거의 양분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핑안보험그룹은 지난 28일 HSBC은행 1080만주를 약 3억 홍콩달러(약 452억원)에 추가 매입해 8%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미국 블랙록은 7%대 지분을 갖고 있다.
"'미·중 딜레마', 장기화 전망"
이같은 구조 때문에 HSBC의 ‘미·중 딜레마’는 장기화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일단 중국을 거스를 수는 없다. 씨티그룹은 지난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강력한 조치 없이도 HSBC의 거래처를 은근히 압박해 ‘불필요한 거래’를 끊게 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아예 시들어버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렇다고 대놓고 중국 편에 서기도 어렵다. 글로벌 금융기업이라 미 달러화 거래 의존도가 높아서다. 제프리 핼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ANDA) 수석 애널리스트는 “HSBC가 미국에 ‘미운털’이 박히면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체계에서 퇴출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늘려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미·중 딜레마’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시장은 HSBC의 하락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홍콩 파생상품시장에선 오는 12월 말까지 HSBC 주가가 18.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보는 상품이 HSBC 관련 옵션 중 두번째로 많이 거래됐다. 기존 대비 3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3일 27홍콩달러 선까지 내렸던 HSBC 주가는 지난 28일부터 30홍콩달러선을 회복했다. 핑안보험그룹이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고 알려진 뒤 주가가 반등했다.
그러나 증권가 반응은 차갑다. 홍콩 킹스턴 증권의 디키 웡 리서치본부장은 "이번에 주가가 회복한 것은 단순히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긴장 한복판에 있어 전망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투자자 일부도 회의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 홍콩증권거래소(HKEX) 부의장을 지낸 최첸포섬 홍콩 국가자원증권 회장은 “40년 넘게 HSBC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번엔 믿음을 잃었다”며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