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제(官製) 펀드 논란이 분분한 ‘뉴딜펀드’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부가 5년간 재정(3조원)과 정책금융(4조원), 민간투자(13조원) 등 20조원을 조성하겠다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이다. 40개 분야가 적시되고, 197개 품목이 예시로 제시됐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들이 혁신산업 지원 때 공유하는 매뉴얼을 참고했다지만, 뉴딜펀드 투자대상 선정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뉴딜펀드의 투자대상을 폭넓게 허용해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나열한 투자대상 분야들을 보면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이름만 뉴딜펀드일 뿐 정책금융에서 해오던 기존 자금지원 기준에다 관련 부처들이 올린 사업과 품목을 적당히 섞은 결과로 보인다. 백화점식 투자, 중복 투자 등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이나 그린 뉴딜사업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품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밝힌 뉴딜펀드의 선도적 역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 등의 기대효과에 비춰보더라도 곳곳에서 의구심이 생긴다.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이미 기존시장이 포화상태인 투자 품목이 적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분야는 정부가 재정 출자를 통한 매칭투자, 투자위험 일부 우선 부담을 유인책으로 제시하더라도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투자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뉴딜 인프라 펀드도 걱정이 앞선다. 뉴딜 인프라 심의위원회가 투자 적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지만, 정부의 투자대상 예시와 심사절차가 투자를 왜곡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숱한 관제펀드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한계가 정책형 펀드, 뉴딜 인프라 펀드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관제펀드는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같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민간 투자를 오히려 몰아내는 쪽이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의 창의와 자율에 기반해 민간 펀드가 자유롭게 조성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장 애로 해소, 법·제도 개선 등 투자 여건 조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