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조기수습 땐 큰폭 반등"
항공·크루즈·셰일가스 1위社 매수
< '델·카·옥' : 델타항공·카니발·옥시덴탈페트롤리움 >
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델타항공, 카니발,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세 종목을 주목했다. 성장주가 아니라 낙폭과대주였다. 미국의 항공 크루즈 셰일가스 산업을 선도하는 ‘대장주’들이었다. 폭락장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낙폭과대주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성장주를 대표하는 테슬라가 400% 넘는 수익을 올리는 동안 이들은 손실구간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끝나면 주가 정상화”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델타 주식 1억428만달러(약 12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 증시 저점을 전후로 한 3, 4월 이뤄진 순매수 규모가 1억1159만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세계 각국이 하늘길을 걸어잠그자 주가는 폭락했다. 4월 델타 주식 800만원어치를 매수한 한 투자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최대 항공사를 파산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며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도 6개월 안으로 수습되고, 이후 주가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세계 최대 크루즈선 사업자인 카니발도 관심 대상이었다. 카니발은 크루즈선이 코로나19의 주요 감염경로로 지목되자 모든 운항을 중단했다. 작년 40~50달러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8달러(4월 3일 종가)까지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카니발 주식 6855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또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직격탄을 맞은 세계 최대 셰일가스 기업 옥시덴털페트롤리엄에도 4154만달러를 투자했다.
세 종목의 3월 이후 순매수 금액은 2억1437만달러(약 2507억원). 3~4월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델타에 테슬라와 아마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카니발과 옥시덴털은 페이스북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었다. 4월 당시 국내 해외주식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세 종목을 ‘델·카·옥 3형제’라 부르며 ‘낙폭과대주의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애플)’라고 평하기도 했다.
주가는 대부분 손실구간
서학개미들의 판단은 절반만 맞았다. 세 기업은 모두 파산을 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 델타는 지난 2분기에만 57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카니발은 3월에서 5월 사이 4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신고했다. 옥시덴털도 2분기에 84억달러의 손실을 냈다.주가도 짓눌려 있다. 폭락장 직전인 3월 초에 비해 28일 종가 기준으로 델타 주가는 32.06% 하락했다. 카니발(3월 초 대비 -56.03%)과 옥시덴털(-68.61%)은 더 심각하다. 델타와 카니발을 정확히 저점에 매수했다면 각각 63.31%와 92.09%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저점에 머문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 수익을 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28일 기준 31달러에 거래된 델타로 50%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20달러 이하에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데, 올 들어 델타 종가가 20달러를 밑돈 것은 단 3일(5월 13~15일)에 불과하다. 옥시덴털에 투자했다면 최저점에 잡았어도 수익이 6.64%에 불과하다. 반면 테슬라의 올해 저점 대비 수익률은 483%에 달하는 등 다른 종목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 기회손실 요인도 크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은 하반기에도 국제선 공급량을 전년 대비 80%, 국내선은 50% 축소해 운영 중”이라며 “내년 3분기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 계획이 없다고 발표할 만큼 이익을 내기보다 당장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시덴털이 속한 셰일가스 업종에서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만큼 상황이 나쁘다.
홍성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4본부장은 “미국 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콘택트 업종의 주가 흐름이나 실적 전망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자유소비재나 일부 산업재 업종에 수혜가 제한돼 여행이나 크루즈 등 대면 접촉이 필수적인 업종들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