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미혼이라고 속이고 결혼할 것처럼 속여 사업자금 명목 수억 원을 뜯어낸 40대 의류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배우자가 있던 A씨는 2011년 자신의 의류 브랜드 출시 행사에서 만난 피해자 B씨에게 미혼인 척 접근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A씨는 B씨에게 결혼할 것처럼 속여 원단값 등 회사 운영비 명목으로 8개월 동안 5억3천여만원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었을 뿐 아니라 운영하던 업체도 손실만 발생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에게 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자동차·보석·아파트 분양권 등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법률상 배우자가 있던 것을 B씨에게 숨긴 것은 사실이나, B씨에게 받은 돈은 빌린 게 아니라 투자받거나 증여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단계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A씨가 업체 운영에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는 말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두 사람의 관계, 돈 전달 시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전달된 돈은 차용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업체의 재무 상태,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보면 금액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형사사건에 유리한 양형자료를 만들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을 뿐 실제 미혼이나 다름없었다고 하지만, 법률상 배우자를 회사 대표로 해두고 장기간 가족관계를 유지하다 이 사건에서는 실체 없는 혼인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에게 동종 전과가 수회 있는 점,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에게 변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