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11월3일) 전 5차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협상을 이끌어온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믄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90분 가량 만나 이견을 조율하면서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지난달 이후 처음이다.
이날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발언은 낙관론을 키웠다. 펠로시는 성명에서 "추가로 더 명확하게 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며 "우리의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날 하원에서 처리하려던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자체 부양책 통과를 추가 협상을 감안해 하루 미루기도 했다.
므누신 장관도 폭스 비즈니에서 출연해 대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었으며 목요일(10월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부양책 규모는 1조5000억달러와 2조2000억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조5000억달러를,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를 지지해왔다. 5차 부양책이 중간 지점에서 합의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양측은 10월1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 정치권은 그동안 5차 부양책을 둘러싸고 입장 차가 컸다. 민주당은 당초 3조5000억달러를 요구했지만 공화당은 처음에 1조달러대를 내세우다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자 제시액을 3000억달러로 낮췄다. 교착상태로 부양책이 지지부진한 사이, 일자리 회복이 주춤하고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고, 기업들의 해고 위험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에 "숫자를 훨씬 더 높이라"고 요구했다. 이후 부양책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아직 소극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는 (합의에서)매우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여전히 너무 많은 액수의 부양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대 이슈는 주·지방정부 지원 여부다. 민주당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주·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1년간 4360억달러 지원안을 내놨다. 당초 9150억달러보다는 낮췄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방만 경영으로 재정이 악화된 주·지방정부를 연방정부 재정으로 구제해선 안된다며 반대해왔다.
부양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건 2차 재난지원금(1인당 최대 1200달러),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내년 1월까지),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 항공사 지원 등으로 알려졌다.
부양책이 늦어지는 사이 코로나19 충격으로 항공사들은 감원 태풍에 직면했다. 미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1일부터 1만9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도 1일부터 1만2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항공사들은 지난 3월 3차 부양책에 따라 250억달러의 지원을 받는 대신 9월말까지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마감시한이 됐는데, 코로나19로 항공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고 추가 부양책마저 마련되지 않으면서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만 정부가 5차 부양책을 마련해 항공업계를 지원하면 감원 규모를 줄이거나 더 미룰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400명가량 또는 전체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 감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웰스파고 은행과 씨티그룹도 최근 몇주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전날 2만8000명(미국 법인 인력의 25%)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원 확대와 전날 미 대선 TV토론에서 대선 이후 혼란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됐지만 이날 증시는 5차 부양책 기대로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1.2%(329포인트), S&P500 지수는 0.83%, 나스닥 지수는 0.74% 올랐다. 다우지수는 부양책 합의 기대로 장중 한 때 570포인트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9월 민간부문 고용은 74만9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ADP 미국고용보고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60만명 증가였는데 이보다 많았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8월 펜딩 주택판매지수는 전월보다 8.8% 오른 132.8로, 4개월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