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에 거액의 콜옵션 베팅을 한 ‘큰손’이 또다시 나타났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미국 기술주에 공격적으로 베팅, 주가를 끌어올리며 이른바 ‘나스닥 고래’(나스닥시장의 큰손) 역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유사 상황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간) 내년 1월과 3월 만기를 맞는 아마존 콜옵션 7450만달러어치(약 871억원)가 이날 매매됐다고 보도했다. 매수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건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만으로 대규모 콜옵션 매수 거래가 성사된 점을 볼때 자금 동원력이 있는 ‘큰손’으로 추정된다.
콜옵션이랑 주식 등 특정 기초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정해진 가격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매수자는 콜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콜옵션 판매자는 기초자산을 사들여 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마존 콜옵션과 만기조건이 동일한 미 소셜미디어기업 페이스북의 콜옵션도 같은날 5200만달러어치(약 608억원)를 매수한 세력이 등장했다. 역시 블록딜 두 건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콜옵션은 2840만달러어치(약 332억원), 넷플릭스 콜옵션은 2500만달러어치(약 292억원) 거래됐다. 알파벳과 넷플릭스 콜옵션의 매수자 역시 두 건의 블록딜을 했다.
1일 하루에만 블록딜로 매수된 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 넷플릭스 콜옵션은 액수로는 약 1억8000만달러어치(약 2103억원)다.
미 현지 시장에서는 이번의 대규모 콜옵션 베팅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여름 미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 주식과 콜옵션을 대량으로 매수, 나스닥 랠리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여름 소프트뱅크그룹이 사들인 미 기술주 콜옵션이 40억달러어치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망한 비상장기업 투자로 이름을 날렸던 손 회장답지 않은 ‘위험한 베팅’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헤지펀드 QVR어드바이저의 벤 아이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콜옵션 매수는 대상 기업, 규모와 만기 등에서 지난 8월 (일 소프트뱅크그룹의) 콜옵션 거래형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