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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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3일 서울 곳곳에선 '드라이브 스루' 차량집회가 진행됐다.

경찰은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폐쇄했다. 경찰차량이 광화문 광장을 촘촘하게 둘러, 안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 인도엔 사람 한 두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펜스가 설치됐다. 지하철도 오전 광화문역 시청역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보수단체 '애국순찰팀' 관계자들은 차량 9대를 동원, 오전 경기도청을 출발해 정오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 중인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차를 비롯한 차량 9대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붙었다.

이들은 오후 2시께 우면산터널을 통해 서울 서초구로 들어갔다. 경찰은 터널 입구 갓길에 시위차량을 잠시 세우고, 탑승 인원과 번호판 등이 신고된 내역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행렬 앞뒤로는 경찰과 언론사 차량이 동행했다.

참가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 부근을 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이 있는 광진구 구의동의 아파트까지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조 전 장관 집 인근에는 시민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 수십명이 모였으며, 시위차량들은 연속해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조국 전 장관은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집회의 자유는 헌법적 기본권이고 '애국순찰팀'도 이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공인으로서 법원의 이 판단을 감수한다. 단 동네 이웃분들께 죄송하게 됐다"고 올렸다.

다른 보수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도 이날 오후 2∼4시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강동 공영차고지에 이르는 경로로 9대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 차량시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종이와 깃발을 차에 부착하고, 오후 2시께 강동구민회관 앞에 모였다. 강동구민회관 앞 도로는 취재차량과 시위차, 경찰차 등이 몰리면서 한때 북새통을 이뤘다.

단체는 당초 시위 시작 전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이 이를 제한해 인쇄된 성명서만 배포했다. 차량시위에 동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궁여지책으로 차량시위를 하긴 했지만, 제약이 너무 많아 시위라기보다는 고행에 가깝다"며 "여태 살면서 계엄령도 겪고 긴급조치도 겪어봤지만 제 인생 최고 계엄령 상태 같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 중 1명이 운행 도중 창문을 내리자 경찰은 경적을 울려 경고했다. 통행 차량이 많은 번화가 일대에서는 시위차량 행렬 사이로 일반 차가 끼어들어도 제지하지 못해 혼란스럽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돌발적인 집회·시위가 열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지역경찰 등 800여명도 동원했다.

경찰은 차량시위 참가자들이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집회를 허용하면서 집회 참가자의 이름·연락처, 차량번호를 적은 목록을 작성해 미리 경찰에 내고, 집회 시작 전에 이를 확인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차량 내 참가자 1인 탑승 ▲집회 중 창문을 열지 않고 구호 제창 금지 ▲집회 중 교통법규 준수 및 신고된 경로로 진행 ▲참가자 준수사항 각서 제출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이나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산될 수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