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관광부 장관이 "정부를 못 믿겠다"며 사표를 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반(反)정부 시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은게 '항의성 사직서'의 도화선이 됐다고 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사프 자미르 관광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장관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보다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나는 이런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이런 정부를 위해 일할 수도 없다"고 썼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자미르 장관이 최근 이스라엘 의회가 통과시킨 시위 규제법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직서를 냈다고 풀이했다. 자미르 장관은 이스라엘 청백당 당원이다. 청백당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손잡고 '코로나19 긴급 연립정부'를 구성한 지난 5월 관광부 장관에 올랐다.

자미르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대응안 등을 놓고 네타냐후 총리와 반대 입장에 섰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에 따르면 자미르 장관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규제 두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그 중 하나가 이번주 초 이스라엘 의회가 통과시킨 시위 규제법이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미르 장관을 비롯한 '네타냐후 반대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반(反)정부 여론 집결을 막기 위해 시위 규제를 내놨다고 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자미르 장관이 사직을 발표한 전날엔 이즈하르 샤이 과학기술부 장관도 사직을 하려다 베니 간츠 청백당 당수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샤이 과학기술부 장관도 코로나19 시위 규제법에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긴급 연정이 내분으로 혼란에 빠졌다"며 "이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종종 모순되는 대응책을 내놔 비난을 받고 있는 와중 악재가 또 터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이스라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5만8920명에 달한다. 누적 사망자 수는 1633명이다. 지난 2일에만 5430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인구는 9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5만명이 넘는다"며 "인구 대비 발병률은 세계 최악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명목으로 급히 긴급 연정을 꾸렸으나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5월 1차 전국 봉쇄를 거쳤다. 지난 5월 중순엔 신규 확진자 수가 한자릿수로 줄어 5월 말 봉쇄조치를 완화했으나 이후 신규 확진자가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지난 18일부터 3주간 2차 전국을 봉쇄한 상태다. 2차 봉쇄로 실업 등 경제 문제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이스라엘이 이번 봉쇄조치로 약 19억세겔(약 6조5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