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무원들은 세종시를 ‘세베리아’라고 불렀다. 세종시와 시베리아의 합성어로 허허벌판인 세종시를 빗댔지만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세종시로 정부청사가 이전한 지 10년가량 지나면서 기반시설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면 공무원들이 식당을 찾아 줄지어 차를 몰고 왕복 두 시간 거리 공주까지 나갔다는 얘기는 ‘라떼는…’이 됐다.

세종시 곳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로 변모 중이다. ‘전통의 세종 중심가’ 첫마을, 도담동에 이어 올해 행정안전부가 추가 이전하면서 나성동에도 맛집이 속속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다시 발길이 이어질 세종 맛집들을 추려봤다.

첫마을 인근에 있던 ‘박월순 곱창’은 최근 나성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100% 한우 곱창만 고집한다. 당일 도축분을 직접 손질해 잡내를 잡았다. 신선한 낙지 새우와 함께 곱창을 매콤하게 볶아낸 ‘낙곱새’는 깔끔한 맛으로 유명하다. 한우곱창전골 역시 ‘밥도둑’은 물론 ‘술도둑’이다. 곱창 맛집이지만 술 좋아하는 공무원 사이에서는 막걸리 맛집으로 꼽힌다. 사장님의 ‘가족 찬스’ 덕분에 세종시에서 유일하게 복순도가 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세종1번가 상가 인근 부처에서는 이맘때 ‘서울관’을 즐겨 찾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한 국물에 신선한 채소를 익혀 먹는 샤부샤부가 제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기고 간 “서울보다 더 맛있네요”라는 사인이 입구에 붙어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시옷 서승호’는 격식을 갖춘 파인다이닝(고급 정찬)이다. 서승호 셰프는 고향인 세종시에서 식재료를 직접 길러서 요리한다. 제철 재료를 써서 메뉴를 바꾼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블루리본서베이에서 최고점인 리본 3개를 받았다.

도담동에 있는 ‘시옷 빵집’은 서 셰프가 연 유기농 수제빵·구움과자 전문점이다. 시옷 서승호에서 내는 수제빵과 구움과자를 이곳에서도 맛볼 수 있다. 럼과 바닐라를 넣어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구워낸 카눌레가 특히 유명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