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사옥 전경.  미래에셋대우 제공
서울 을지로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사옥 전경. 미래에셋대우 제공
미래에셋대우는 9조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국내 최대 증권사다. 금융투자업계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호실적을 거두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은 3041억원으로 1분기보다 184%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후 최대 분기 실적을 또다시 경신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2200억원을 50% 가까이 넘어선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순이익도 4112억원으로 합병 후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사상 최대 순매수에 힘입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수수료율이 높은 해외 주식 거래까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익이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주식 자산은 최근 업계 최초로 1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2~3위 증권사의 해외 주식 잔액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2017년 1월 1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3년여 만에 14배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 포진한 해외 법인들도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해외 법인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2017년 5% 수준에서 2019년 19%로 대폭 높아졌다. 다른 대형사와는 차별화된 수익구조를 갖춘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해외 법인의 작년 세전순이익은 1709억원으로 증권업계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030억원을 거두며 업계 최초로 반기 1000억원을 초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9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9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부동의 1위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최대 강점은 전 사업부문에서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국내외 채권, 주식, 장외파생상품 등의 운용수익도 기대 이상 성과를 올렸다. 2분기 수익 비중을 보면 운용수익 48.2%, 위탁매매 수수료 28.6%, 기업금융 수수료 10.6%,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7.0%, 이자수익 5.7% 등으로 분산돼 있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배경에는 이 같은 수익 안정성이 뒷받침됐다.

무엇보다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이 돋보였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시장 환경에서 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는데, 상당액이 WM 강자인 미래에셋대우를 찾았다. 전체 고객 예탁자산은 최근 30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어난 결과다. 무엇보다 고액 자산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경쟁사와 달리 부실 사모펀드를 거의 팔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초 새로운 VIP 브랜드로 ‘미래에셋 세이지 클럽’을 선보여 VIP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한 글로벌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에 나서고 있다.

연금 자산도 업계 최초로 15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말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3년도 되지 않아 5조원 늘어난 것이다. 높은 투자 수익률 덕이다. 2분기 말 발표한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1년 수익률은 2.30%로 전체 퇴직연금사업자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확정기여형(DC형) 수익률도 2.84%로 전체 2위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