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누가 더 늦게 내나…'디셥센(숨김 동작) 전략' [이동훈의 여의도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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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기간 야구를 좋아하는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류현진이 대량 실점하면서 포스트 시즌에서 떨어졌다.
비록 탈락했지만 류현진의 맹활약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투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직구가 리그 평균에 못 미치기는 상황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가운데 5승 2패를 달성했다. 평균 자책점은 2.69로 리그 4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류현진의 올해 직구 구속은 89.8마일(144.5km/h)로 올해 MLB 선발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인 92.6마일(149km/h)에 1.8마일(4.5km/h) 뒤처졌다. 최근 MLB에서 직구의 위력을 판가름하는 분당 회전수(RPM)도 평균 이하다. RPM이 높을수록 소위 공이 묵직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MLB 투수의 평균 직구 RPM이 2200회 이상인 것에 비해 류현진의 지난해 평균 직구 RPM은 2084회에 불과했다.
빠르지도 묵직하지도 않은 직구로 류현진이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MLB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디셉션(deception)이 좋기 때문이다. 디셉션의 본래 뜻은 속임, 기만 등이지만 투수에게 디셉션은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타자에게 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숨김 동작에 가깝다. 타자가 공을 보는 순간을 최대한 늦춰 대응할 시간을 줄인다는 개념이다. 디셉션을 잘하면 90마일의 공도 93~94마일 효과를 내게 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은 조용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보궐 선거 후보를 낼지 말지도 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미스터트롯' 방식의 경선을 거친다는 등 아이디어만 제시될 뿐 뚜렷한 선발 방식을 정해지지 않았다. 아마도 두 당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성 추문 의혹 사건으로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최대한 잊혀졌을 시점에 후보를 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2017년 대선 이후 연이은 선거 참패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보궐선거 승리뿐만 아니라 보수의 단합, 혁신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거론되는 후보조차 없다는 것은 양당 모두 신중함을 넘어 서로 디셉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대한 후보 노출을 늦춰 상대방의 공격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상대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전략적으로 승산 높은 후보를 공천해 반격하겠다는 수(數)도 숨겨져 있으리라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양당의 속셈을 다 알 수는 없어도, 6개월 남짓한 순간까지 명확하게 거론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것만으로 시사점은 있다. 바로 양당 모두 상대가 알고도 못 치는 어마어마한 강속구를 던지는 강력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후보가 있었다면 진작에 해당 후보를 중심으로 바람몰이에 나섰을 공산이 크다.
우리 당 후보가 강력하지 않을 경우 공약 중심의 포지티브 선거운동보다는 약점을 쥐고 흔드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의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만큼 양당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상대 후보의 단점을 파악해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끝까지 후보를 숨기는 것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내는 것도 선거 승리를 위해 정당에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승리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국민들이 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후보인지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거는 눈속임으로 승리했을 때보다 유권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때 더 가치가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비록 탈락했지만 류현진의 맹활약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투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직구가 리그 평균에 못 미치기는 상황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가운데 5승 2패를 달성했다. 평균 자책점은 2.69로 리그 4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류현진의 올해 직구 구속은 89.8마일(144.5km/h)로 올해 MLB 선발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인 92.6마일(149km/h)에 1.8마일(4.5km/h) 뒤처졌다. 최근 MLB에서 직구의 위력을 판가름하는 분당 회전수(RPM)도 평균 이하다. RPM이 높을수록 소위 공이 묵직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MLB 투수의 평균 직구 RPM이 2200회 이상인 것에 비해 류현진의 지난해 평균 직구 RPM은 2084회에 불과했다.
빠르지도 묵직하지도 않은 직구로 류현진이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MLB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디셉션(deception)이 좋기 때문이다. 디셉션의 본래 뜻은 속임, 기만 등이지만 투수에게 디셉션은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타자에게 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숨김 동작에 가깝다. 타자가 공을 보는 순간을 최대한 늦춰 대응할 시간을 줄인다는 개념이다. 디셉션을 잘하면 90마일의 공도 93~94마일 효과를 내게 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은 조용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보궐 선거 후보를 낼지 말지도 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미스터트롯' 방식의 경선을 거친다는 등 아이디어만 제시될 뿐 뚜렷한 선발 방식을 정해지지 않았다. 아마도 두 당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성 추문 의혹 사건으로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최대한 잊혀졌을 시점에 후보를 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2017년 대선 이후 연이은 선거 참패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보궐선거 승리뿐만 아니라 보수의 단합, 혁신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거론되는 후보조차 없다는 것은 양당 모두 신중함을 넘어 서로 디셉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대한 후보 노출을 늦춰 상대방의 공격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상대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전략적으로 승산 높은 후보를 공천해 반격하겠다는 수(數)도 숨겨져 있으리라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양당의 속셈을 다 알 수는 없어도, 6개월 남짓한 순간까지 명확하게 거론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것만으로 시사점은 있다. 바로 양당 모두 상대가 알고도 못 치는 어마어마한 강속구를 던지는 강력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후보가 있었다면 진작에 해당 후보를 중심으로 바람몰이에 나섰을 공산이 크다.
우리 당 후보가 강력하지 않을 경우 공약 중심의 포지티브 선거운동보다는 약점을 쥐고 흔드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의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만큼 양당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상대 후보의 단점을 파악해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끝까지 후보를 숨기는 것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내는 것도 선거 승리를 위해 정당에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승리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국민들이 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후보인지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거는 눈속임으로 승리했을 때보다 유권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때 더 가치가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