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뇌전증 질환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뇌전증 질환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뇌전증 질환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사고 당시 뇌전증으로 의식을 잃어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 도주 고의가 없었다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사거리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B씨(42)의 차량 왼쪽을 들이받았다. 이어 차선 앞쪽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 피해 차량 운전자들은 각각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당시 음주운전·무면허도 아니었다"며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없는 피고인이 당시 통행 차량이 많아 도주가 어렵고 도주하더라도 잡힐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기억 소실 외 사고 현장을 이탈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조사를 위해 말을 걸자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 무슨 사고 났냐"며 오히려 반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 근거로 A씨가 2016년 뇌전증을 진단받은 점,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씨의 표정에서 거짓말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사고 직후 A씨 남편이 경찰관과 통화를 할 때 A씨에게 기억상실 증상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