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유연한 재정준칙을 내놓으면서 “최근 다른 나라들도 탄력적 재정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국은 일찌감치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 나라곳간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 92개국이 재정준칙을 운용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에서는 터키와 한국만 도입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모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를 지키도록 했다. 1993년 발효 당시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5.8%에 달했지만 재정준칙 도입 이후 1997년 2.7%까지 낮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재정준칙 면책조항 발동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은 1969년부터 헌법에 재정준칙을 규정했다. 2009년 헌법을 개정해 더욱 엄격한 제도를 도입했다. 연방 정부의 신규 채무가 GDP 대비 0.35% 이내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독일은 2019년 정부부채 비율을 2011년 대비 20%포인트 줄였다.

영국은 “GDP 대비 공공부문 순채무 비율을 전년보다 감축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했다. 미국은 2010년 예산집행법에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했다. 지출이 수반되는 정책을 세울 때엔 반드시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를 넘은 일본은 유명무실한 재정준칙으로 재정건전화를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은 “2025년도에 국가와 지방을 합쳐 기초재정수지(PB) 흑자화를 목표로 한다”는 느슨한 재정준칙을 갖고 있다. 이것도 헌법 및 법률이 아니라 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내각 결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