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과 법원에 이어 경찰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여당은 공수처 설치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소위에 상정됐으나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법사위 의결로 별도의 소위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호중 의원은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이 계속 안 될 경우 법사위에서는 10월 중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국민의힘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임을 요구하며 법 개정 압박을 병행하는 모습을 취했던 민주당이 시간이 지체되자 법 개정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는 총 18명 중 여당이 11명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단독 의결도 가능하다.

윤호중 위원장이 오는 6일까지 소위 논의를 완료해줄 것을 구두로 요청했다는 점, 법사위가 오는 26일까지만 국정감사를 위한 의사 일정이 잡혀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여당이 이달 안으로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법안소위에서 김용민 의원안과 함께 백혜련, 박범계 의원이 각각 발의안 공수처법 개정안도 같이 놓고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을 만들 예정이다.

전체 7명 후보 추천위원 가운데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 방식을 변경해,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을 막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대안의 핵심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은 여야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선정하도록 했다. 내부적으로는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하게 돼 있는 의결정족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뉴스1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뉴스1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은 (공수처법을)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 검찰, 법원, 경찰이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논평을 내고 "'그들만의 공수처법'에 야당도 반대, 검찰도 반대, 법원도 반대, 경찰도 반대인데 오직 청와대와 여당만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습관적 날치기에 익숙해진 정부 여당은 슬그머니 공수처법 통과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보장된 야당의 비토권마저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기습 상정한 것도 모자라, 갖가지 개정안을 발의하며 악법 통과를 위한 온갖 꼼수를 준비 중"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대법원이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5일 경찰청으로부터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로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공수처장 요청에 따라 검찰총장 등 관계 기관장들이 수사 협조에 응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 "행정기관의 직무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수처 수사 협조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공수처가 대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의 협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은 정부와 여당만으로 공수처장을 뽑을 수 있게 한 개정안에 대해 "견제의 원칙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