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기 한국CFO협회 부회장(미래에셋대우 부회장) /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조웅기 한국CFO협회 부회장(미래에셋대우 부회장) /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필자는 최근 한 골프장에서 잘 알고 지내던 모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텀블러 모양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져온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달라며 1회용컵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ESG펀드 규모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금 유입은 가속화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위기에 대해 말한다.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은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출발해 현재 자기자본 10조원 수준으로 지난 20년 동안 200배 성장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년간 무슨 일을 해왔을까? 금융업은 자기자본이 중요하다. 물론 혁신적인 상품으로 지속적 성장을 했다. 아울러 기회만 있으면 자본을 늘려온 것이다. 초기에는 비상장으로 3자배정 신주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2006년 IPO(기업공개) 이후에는 CB(전환사채),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본을 확충했다.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다. 증권업 최초 외화표시 채권, ESG 채권 발행 등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도 시도했다. 경쟁이 치열한 증권업계에서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20년이란 시간은 코로나19처럼 리만 사태 등 크고 작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원칙에 충실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며 성장을 만들어 냈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 중국 주식들을 보면 과연 세계적인 기업을 ‘우리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보다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경우가 있을까? 유럽연합(EU) 집행부가 있는 벨기에는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 5분의 1, 국내총생산(GDP) 3분의 1인 나라다. 하지만 전세계 맥주 생산량 1위(시장점유율 22%) 기업인 AB InBev를 보유하고 있다. OB맥주인 카스를 포함 50개국에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500개 이상의 맥주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벨기에의 작은 회사가 글로벌 최대 맥주 회사가 된 이유는 크지 않은 내수시장(인구 1150만명)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보리와 홉의 가장 적절한 배합으로 맥주 생산량을 최대로 뽑아내는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2004년 브라질 Ambev 합병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Quilmes, 미국 맥주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버드와이저, 멕시코 Grupo Modelo, 한국 OB맥주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어 2016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 SAB Miller를 인수하며 역사상 5대 기업 M&A기록을 남겼을 때는 놀라움 이상이었다. 인수한 회사에 자신만의 유니크한 생산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기회는 언제나 존재한다. 기업 경영의 원칙을 지키고 항상 혁신을 꿈꾸는 리더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리더는 이렇게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울 때 판을 흔들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꿈꾸는 모든 경영자들에게 작은 텀블러 하나를 선물하고 싶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로서 그들을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 대한민국 CFO, 화이팅!